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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한줄기 빛' 반도체 공사 일감이 사라진다 [뒷북비즈]

준기공인력도 일자리 부족…업황 침체 구직난 심화

삼성·하이닉스는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에 '비용 절감'

"세액공제 등 당근책으로 낙수효과 이끌어내야" 지적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000660)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은 최근 마무리 공사를 맡고 있는 인력 정도 외에 근로자들이 모두 빠져나가 한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때 주차 공간이 모자랐던 주차장은 이제 텅 비어가는 수준이다. M17 공장 착공으로 일거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근로자들은 이제는 방을 빼고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평택 고덕 현장으로 대부분 이동한 상황이다. 한 근로자는 “요즘에는 신규 인력은 아예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내보내는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005930) 평택 고덕 현장도 사정이 다소 나을 뿐 예전만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공뿐 아니라 경력이 있는 준기공 인력도 정리하는 협력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일자리가 부족해졌다. 주간 하루 8시간을 일하면 ‘1공수’라고 하는데 이게 일당의 기준이다. 이후 2시간을 더 하면 1.5공수, 여기서 2시간을 더 하면 2공수다. 철야 작업까지 하면 하루 최대 4공수까지 할 수 있다. 예전에는 1.5공수 이상이 필수에 가까웠으나 요새는 공수를 늘리기가 예전보다 크게 어려워졌다. 일당이 준 데다 근무시간까지 예전만 못하니 월 수익이 “반토막이 났다”는 호소가 나오는 실정이다.

겨울이 건설 현장의 비수기인 영향도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일감이 계속 밀려들었던 지난해 겨울과 비교하면 체감하는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선언한 데다 삼성전자도 비용 절감 압박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건설 현장의 일거리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은 현장직 근로자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고 힘든 조선소나 고된 일반 건설 현장보다 업무 난도는 비교적 낮으면서 수입이 높아 양질의 일자리로 입소문을 탔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생산량 증대와 첨단 기술 확보 경쟁이 불붙으면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왔다. 이로 인해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까지 몰릴 정도로 얼어붙은 구직 시장에 소금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이 찾아오면서 건설 현장의 구직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회사들의 투자 감축이 회사 자체의 경쟁력 문제 외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 기업들은 자체 채용 인력 조정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투자 위축으로 인한 외부 채용 시장에 대한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바닥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1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낸드 사업에서는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지난해 4분기에 80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조 단위로 적자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마이크론도 전년 대비 30% 이상 설비투자 감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 기조 변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면적인 투자 감축 기조로 돌아서지 않아도 현재 상황에서 보듯 반도체 공장의 공사 속도를 조정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식의 대응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채용 시장 등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시장 침체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동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액공제 등 당근책을 적극적으로 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 효과가 국내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낙수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조치(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를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해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설 투자 지원을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중소기업, 일반 근로자 등 모두에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지원책 미비로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면 그 피해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입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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