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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심의 번번이 빠지는 한기정… 화물연대 고발 건도 불참

■ 몸 사리는 공정위원장

지난달 건설노조 부산지부 이어

굵직한 사건들 심의 줄줄이 빠져

'화물연대 조사방해' 직접 브리핑

조사-심판 분리 원칙 스스로 깨

"사전일정때문에 불참" 해명불구

"공수처 고발 의식했나" 관측도





한기정(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건설노조 심의에 이어 화물연대본부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이달 16일 전원회의에도 불참한다.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조사 방해와 관련해 브리핑을 했던 한 위원장을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판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 의장인 공정위원장이 직접 화물연대를 비판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기보다 더욱 신중한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차라리 직접 비판에 나섰다면 그 발언에 책임을 지고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6일 과천심판정에서 열리는 화물연대본부 및 소속 임원의 조사방해행위 심의 전원회의에 불참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 과정에서 파업 동참을 강요하거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세 차례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 측의 저지로 건물 진입에 실패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 조사 거부 등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처벌을 위해서는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최종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위원장의 의견은 들을 수 없게 됐다.

한 위원장의 전원회의 불참은 사전에 정해진 전통시장 및 복지시설 방문 일정 때문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화물연대 조사 방해 사건의 심각성을 수차례 강조해온 만큼 다른 일정을 이유로 전원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성욱 전 공정위원장이 국회 일정 때문에 날짜를 옮기면서까지 SK텔레콤의 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 전원회의에 참석한 것과도 대조된다.

한 위원장은 최근 몇 달간 공정위의 중요 사건 심의에도 번번이 불참해왔다. 지난해 10월 가습기 살균제 부당광고행위 심의에 이어 12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심의에 불참했고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표시광고 제한행위 심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 위원장이 이해충돌 등을 이유로 ‘회피’를 신청한 가습기 살균제, 변협 사건과 달리 건설노조 및 화물연대 사건의 경우 불참 사유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건설산업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며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건설노조 사건에서도 (노조원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이 같은 달 21일 건설노조 사건 관련 전원회의를 앞두고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과를 예단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며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할 공정위원장이 스스로 조사 원칙(조사 중인 사건에 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 ‘NCND 원칙’)을 깨고 의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화물연대 조사는 한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이는 공정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화물연대의 조사 방해 행위가 심각했더라도 공정위가 ‘조사·심판 분리’ 원칙을 내세운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직접 사건 관련 브리핑에 나선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공정위는 조사를 담당하는 사무처와 심판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분리돼 위원장이 조사 중인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설명 자료에서 “위원장에게는 조사 계획에 대해서만 결재를 받고 있다”며 “현장 조사 결과 및 심사 방향 등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공정위 전직 관료는 “분명히 공정위 내부에서도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한 신중론이 있었을 텐데 그걸 무시하고 진행했다면 위원장 본인이 책임을 지고 전원회의에도 참석하는 것이 맞다”며 “화물연대 조사 방해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더 적절한 방식으로 조사 수장인 사무처장이 브리핑을 하는 방법도 있는 만큼 내부에서 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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