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유럽도 자체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배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59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에 나선다.
유럽연합(EU) 27개국 담당 장관들은 지난해 말 43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자하는 EU반도체법(Chips Act)에 합의했다. 민관 합동으로 430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하고 최첨단 공정의 반도체 기술 역량 확보와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전방위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투자 금액의 약 20~40%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EU는 과감한 반도체 산업 지원을 통해 현재 10%에 불과한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높여 아시아·미국 등에 대한 반도체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럽의 반도체 수요 비율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도체 완전 자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 법안을 제안한 후 10개월 만에 합의에 이르러 현재 유럽의회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5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범용 반도체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EU의 노력은 이미 결실을 거두고 있다. 미국 인텔은 유럽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800억 유로(약 11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인텔의 투자는 스페인에서 폴란드까지 EU 전체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 유로를 들여 반도체 허브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파리 인근에는 R&D센터를, 이탈리아에는 포장 및 조립 시설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대만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의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덴 공장은 이 지역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의 자동차 부품 1위 회사인 보쉬도 독일 드레스덴의 기존 반도체 칩 제조 공장에 2억 5000만 유로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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