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주단협의체를 구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방침 등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 업계 및 PF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거시경제 침체와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단기적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 업계와 시행 업계 등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여름부터 돈줄이 마르기 시작한 부동산 PF 분야는 여전히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되자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리는 더욱 위축되면서 연 12~15%대 브리지론 금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증권사 PF 담당자는 “토지 담보에 신용등급 A인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했는데도 해당 시공사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연 20%에 육박하는 브리지론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5대 금융지주의 PF 만기 연장 및 브리지론의 본PF 전환 방침을 접한 업계는 반색하는 모습이다. 829개의 시행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이번 금융권의 결정에 대해 “시행사와 건설사의 줄도산 등 일이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반겼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 같고 방법이 없다고 할 때 부동산 PF를 포함한 금융시장의 공포가 극대화된다”며 “5대 지주가 고금리의 브리지론을 상대적으로 기간이 길고 금리가 낮은 본PF로 전환해준다면 하나의 출구를 마련해주는 것인 만큼 시장이 받을 큰 타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해 급한 불을 끈다고 하더라도, 결국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개월 만기 브리지론 등이 연장되지 않는 분위기로 갈 것을 우려해 정부 주도로 금융권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5대 은행들이 나서면 부동산 PF 시장이 받는 충격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결국은 은행이 아닌 시행사와 건설사가 버텨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PF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자 내기도 급급한 사업자들에게 이번 소식은 희소식”이라면서도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려면 대주단의 자금 회수(엑시트) 조건을 어떻게 제시해줄지가 관건이며 주택 사업의 경우 수분양자에게 분양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라는 점에서 본PF 전환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높은 유동성으로 치솟았던 땅값이 낮아져야 PF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땅값은 물론 금리나 공사비·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분양가 역시 부동산 PF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 보증과 같은 다른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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