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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고물가 국면 지나갔나…성장률 신경 쓰기 시작한 한은

작년엔 물가 전망 수시로 고치더니

올해는 한 달 만에 성장률 하향 조정

“경기·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도 고려”





“내년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상승률이 5~6%대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을 고려할 때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50bp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2022년 10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지난해에는 5% 이상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trade-off)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1월 1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해보면 불과 3개월 만에 물가보다는 성장이나 금융안정에 부쩍 더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고물가 대응에 우선 순위를 뒀던 과거와 달리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1.18


이 총재 발언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물가는 정점을 지나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속도를 예상보다 빠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으면 사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예상하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습니다. 5%가 기준인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경험상 5%가 넘는 물가는 기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입니다.

먼저 한은의 물가 전망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거의 매달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5월 5.4%, 6월 6.0%, 7월 6.3% 등으로 오른 이후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 12월 5.0% 등으로 서서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됐다가 지난해 연말에 다소 둔화됐고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대 후반으로 둔화됐습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수요 측 물가 압력 약화, 기저효과 등으로 점차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해 11월 전망 수준인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3.6%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연말엔 3%까지 물가 상승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13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시민들이 음식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인상 배경에 대해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물가 안정을 위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현 기자 2023.01.13


반면 성장률 전망치는 예측하기 바쁘게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총재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참사 등으로 경기지표가 좋지 않다”며 “2주 뒤 발표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 발언대로 역성장이 발생한다면 이는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오는 26일 발표 예정입니다.

올해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1.7%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은은 올해 중국경제 회복 속도, 미국·유럽 경기 둔화 정도, 국내 소비회복세 등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활동 정상화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성장 전망이 쉽지 않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선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 되고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 그다음에 여러 가지 성장 정책이라든지 이런 데로 전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달 간담회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연중으로는 3.6%, 연말에는 3% 가까운 하락 기조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 이제는 예전에 물가가 5% 이상이었을 때보단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있을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아직도 5%대인 상황에서 이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 것인지 나중에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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