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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K컬처 뒤에는 K스토리가 있다

최수문 문화부 차장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옆자리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을 봤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반가웠다. 고개를 돌려 그분의 얼굴을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일흔 이상 돼 보이는 어르신이었다. 다시 한 번 지하철 안을 둘러봤다. 그 공간에서 책이나 신문 등 아날로그 매체를 읽는 사람은 그 어르신과 단둘이었다. 열에 여덞아홉은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활자를 읽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이나 쇼핑을 하거나 SNS를 켜두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도서출판 시장 규모는 몇 년째 4조 원 내외에서 정체돼 있다. 2016년 시장 규모는 3조 9976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4조 58억 원으로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재 집계하고 있는 2021년 시장 규모도 4조 원대라고 한다. 매년 개별 책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 도서 시장 규모가 정체됐다는 것은 결국 책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성인 독서율은 2021년 47.5%에 불과했다. 독서율은 1년에 책 1권 이상을 읽은 비율이다. 이 비율이 2017년에는 62.3%였는데 크게 떨어진 것이다. 서적 구입비가 전체 오락 문화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7.3%에서 2020년 8.0%로 반 토막이 났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쓸다시피 하는 한국 문화(K컬처)는 결국 우리 이야기에서 나온다. 이런 스토리가 활발하게 창작되려면 이를 쓰거나 읽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글을 읽는 것은 개인적 성취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문화 산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현재 K컬처를 떠받치는 것이 과거 스토리였다면 이제는 전망을 고민해봐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 문학작품들은 해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문학·번역상에서 4편의 한국 문학이 수상했고 입후보작만도 9편이나 됐다. K컬처가 문학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이수지 작가가 ‘어린이책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받았다고 떠들썩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상문학상 등 매년 다수의 국내 문학상이 발표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는 사회에서 독서 방식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는 출판계뿐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스토리를 읽고 쓰는 일은 문화 만들기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도서 판매 수익 규모는 2017년 580억 달러에서 2021년 629억 달러로 늘었고 또 2025년에는 663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문학, 나아가 K컬처가 글로벌 인기를 유지, 확장할 수 있으려면 기본이 되는 K스토리가 활성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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