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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부문 1분기엔 '적자 벼랑'…K반도체 추락하는데 정치권 '뒷짐'

[삼성 '반도체 쇼크']

◆4분기 반도체 영업익 97% 급감

D램가격 올 들어 1.8弗로 반토막

소비심리 약세 '수요절벽'도 지속

파운드리 성장했지만 존재감 미미

SK하이닉스도 최악 실적 불가피

정치권 '대기업 특혜'라며 정쟁화

K칩스법 축소돼 통과될 가능성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31일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히자 업계는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업계의 예상치였던 1조 원 안팎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무역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지만 야당은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주요국들이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세제 정책과 보조금을 마련하는 움직임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8조 8400억 원)보다 무려 96.95%나 감소한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을 훨씬 하회하는 실적을 거둔 것은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극악의 경영 환경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은 물가·금리의 동시 상승으로 유례없는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전자기기와 서버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재고 증가와 제품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월 PC용 DDR4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년 동기(3.41달러)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이 이미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나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이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적자를 겨우 모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메모리반도체만 주력으로 삼는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4분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이후부터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이후 파운드리 시황까지 꺾이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실적 전체가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NH투자증권·BNK투자증권이 예상한 1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손실액은 각각 2조 4770억 원, 1조 3220억 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반도체 회사들의 부진은 국가 경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수출 2·3위인 석유제품·석유화학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도체 사업이 하반기부터 흔들리자 우리나라 수출은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사업 업황이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기업 혼자서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회는 정쟁과 ‘재벌 특혜 논리’로 반도체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말 업계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추가 세액공제 지원 법안도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반도체 지원 방안과 관련해 삼성·SK 등 반도체 대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것이라며 세제 범위 조정을 원하는 눈치다. 여당 역시 당 대표 선거 등 다른 이슈에 휩쓸려 논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정부의 시큰둥한 분위기와 달리 미국·일본·대만 등 세계 반도체 주요국은 반도체 지원 방안과 보조금 마련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며 반도체 패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소니 등 자국 대기업 8개사가 힘을 합쳐 만든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에 700억 엔(약 6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자금을 대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2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또 반도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520억 달러(약 73조 원)를 지원한다. 이 같은 막대한 지원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마이크론 등이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만 역시 1월 연구개발(R&D) 투자에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통과시켰다. TSMC는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 곧바로 R&D 비용을 늘리며 화답했다. TSMC 측은 최근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R&D 투자를 지난해보다 20% 늘릴 것”이라며 “정부의 세금 인센티브가 원래대로 종료됐다면 세율이 18~19% 수준이었을 텐데 정부 수정안으로 세율이 15%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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