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울 한가운데 '람사르 습지'가 있다?…김씨가 표류한 그 곳 [지구용]

철새들이 찾는 서울의 무인도 밤섬. 한강 마포대교 하류쪽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지점에 위치. /사진=박민주 기자, 그래픽=박희민 디자이너




용사님들 혹시 ‘김씨표류기’라는 영화 아세요? 아무 기대 없이 봤다가 에디터의 최애 영화 중 하나가 되어버린 띵작인데요. 쏟아지는 빚 독촉에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죽지도 못하고 서울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 이야기에요.

영화를 볼 땐 “아, 한강에 무인도가 있구나. 버려진 땅인가? 신기하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밤섬이 엄청난 땅이더라고요. 삵이나 수달 같이 멸종위기 동물들이 살고 있고, 지난 2012년에는 국제적으로 보호해야 할 습지인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됐다고. 밤섬과 같은 습지의 정체가 무엇이고 왜 보호해야 하는지, ‘세계 습지의 날(2월 2일)’을 맞아 자세히 알아봤어요.

바다도 육지도 아니야습지의 정체는?


습지는 바다처럼 물에 완전히 잠겨 있진 않지만 1년 중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는 땅을 말해요. 지구 면적의 6% 정도가 습지로 추정되고, 지구상의 생물 중 20%가 습지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다고. 습지의 종류로는 강 언저리나 시냇물 등 담수가 흐르는 곳에 만들어진 내륙습지,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발생하는 연안습지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창녕 우포늪이 내륙습지, 순천만 갯벌이 연안습지에 해당돼요.

람사르 습지는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인 람사르 조약에 따라 매년 총회를 열고 결정돼요. 멸종위기종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1997년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이 1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이후, 2021년 기준 총 24개의 람사르 습지가 존재해요.

우리나라 람사르 습지 어디야?




우리나라 1호 람사르 습지인 대암산 용늪(사진)은 희귀한 식물과 생물들이 살고 있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2012년에는 멸종희귀종인 삵 가족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순천만도 빼놓을 수 없어요. 30만평에 달하는 갈대밭에 아름다운 경관까지 완벽. 이밖에 경남 창녕 우포늪(1998년 지정), 신안 장도 산지습지(2005년), 보성갯벌(2006), 제주 물영아리오름 습지(2006), 오대산 국립공원습지(2008년), 제주 동백동산습지(2011년), 인천 송도갯벌(2014년) 등 곳곳에 멋진 습지가 있어요.

인간이 폭파했지만 스스로 되살아 난 밤섬


밤섬의 모습을 항공촬영한 사진으로 윗줄 왼쪽부터 순서대로 각각 1966년, 1972년, 1977년, 1982년, 1987년, 1992년, 1997년, 2003년, 2009년, 2012년 모습. 약 50년 만에 면적이 6배나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밤섬은 서울 시민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한강 위 무인도에요. 근데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무려 62가구 400여명. 당시 정부는 여의도를 개발하기 위해 밤섬을 폭파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밤섬을 없애 한강의 물 흐름을 살리고 폭파의 부산물인 잡석으로 여의도 제방을 쌓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그렇게 1968년 폭파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밤섬은 1980년대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수면 아래서 물이 실어 나른 퇴적물이 다시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 위에 나무와 풀이 자라 숲을 이룬 거예요. 정말 대단한 자연의 힘... 이후 자연스럽게 습지식물이 자리 잡고 동물들도 찾아들면서 오히려 폭파 전보다 6배 이상 넓어지며 화려하게 컴백을 했어요. 지금은 서울광장 21개와 맞먹는 규모로 완벽한 존재감을 떨치고 있죠.

밤섬에 가면 수달도 있고 족제비도 있고




현재 밤섬에는 식물 130여종과 조류 5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포유류,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들도 당연히 존재하고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밤섬을 보호하고 가꾸기 위해 매년 밤섬의 생태계 변화를 기록하고 있어요. 지난해 보고서(관찰 기간 2022년 3~12월)를 보니까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더라고요.

식물 중에서는 희귀 식물인 낙지다리(사진 왼쪽)와 멸종위기종인 등포풀(사진 오른쪽) 등이 발견됐고요. 조류 역시 흰꼬리수리(멸종위기 1급), 새매(멸종위기 2급), 원앙(천연기념물) 등 도심에선 잘 볼 수 없는 보호종들이 찾아 물새 서식지로서 보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죠. 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삵의 발자국까지 포착. 고양이도 있고 족제비도 있고 청개구리도 있고 밤섬에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생물들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잘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습지가 하는 역할? 이렇게나 많아


사실 밤섬과 같은 습지는 땅처럼 단단하지 않고 무르기 때문에 과거에는 사람도 못 살고 농사도 못 짓는 쓸데없는 땅으로 여겨지기도 했대요. 그런데 최근 생태계에서 아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밝혀져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생태계의 보고: 습지는 수많은 생물들의 안식처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약 20%가 살고 있어요. 특히 해양생물의 경우는 약 60%가 습지에서 알을 낳거나 서식을 하고 있다고. 새들에게도, 육상동물들에게도 쉬거나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장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자정작용: 습지에 사는 다양한 미생물과 흙, 물풀들은 오염된 물을 정화해주는 자정 작용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요. 거대한 필터 역할을 하는 셈. 우리나라에서도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 습지는 일명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홍수 예방: 습지의 토양은 단위 부피당 보유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요.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우기나 홍수 때에는 많은 양의 물을 습지 토양에 저장하기 때문에 홍수를 예방할 수 있고, 건기에는 저장된 물을 주위에 공급해 가뭄을 예방할 수 있어요.

△어민·농민들의 터전: 습지는 어업 활동에 있어 각종 수산 및 어족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어요. 농업에서도 습지는 훌륭한 용수 공급처 역할을 하죠.

△탄소 저장고: 습지에서 자라는 많은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합성하는데요. 이를 통해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40%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해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엄청난 능력! 어느 정도냐면 온대기후의 울창한 숲이 1년에 1㎡당 약 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습지는 흡수량이 1kg을 넘는다고.

이처럼 습지는 기후변화를 막아주는 일등공신이지만, 약 80년 후엔 내륙습지 10개 중 8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데요. 연안습지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내륙습지는 가뭄으로 수분을 뺏기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그리고 인공 조명과 소음 공해 등도 습지를 해치는 요인으로 꼽혀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친환경 라이프, 더욱 속도를 내야겠죠?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