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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에 2년 넘게 공들였는데…초조한 카카오의 '이사회 구하기'[시그널]

하이브의 '하이재킹', 눈뜨고 당한 카카오

지배력 완전히 놓칠 위기…고차방정식 풀 셈법은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진 간 갈등이 올 초 일단락되며 봉합되나 싶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다양한 셈법이 필요한 고차원 방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 일주일 사이에 카카오(035720)에 이어 하이브(352820)까지 SM엔터 쟁탈전에 등판하자 국내 거대 플랫폼과 원톱 K-POP 기업의 예상치 못한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다.

이수만 최대주주 지분을 '하이재킹(항공기납치)'한 하이브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는 2대주주로 올라서려던 당초 계획이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 2년여 간 이수만 측 지분을 포함한 SM엔터 경영권 인수에 크게 공을 들여온 만큼 이번 분쟁에서 쉽게 물러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결권 없는 카카오, 표대결 쉽지 않지만…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확보와 지배력 유지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초점은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이사회를 최대한 지켜내는데 맞춰져 있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하이브가 기존 이사진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의결권(18.46%)을 확보했고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 여론전에서도 카카오에 우위 양상을 보이며 전체 표심 중 상당 부분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카카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쓸 단 한주의 의결권도 보유하지 못했다. SM엔터 이사회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연합군의 고군분투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 이사회의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결정을 통해 지분 9.05%를 취득할 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주 명부를 폐쇄한 SM엔터의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한다.

카카오는 특히 1%대 지분 만으로도 소액주주들을 움직였던 얼라인파트너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측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문제 삼아 이 전 총괄을 회사에서 몰아내고, 카카오와 연합해 SM엔터의 새 경영 전략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행동주의 펀드다. 그러나 하이브가 소액주주 지분의 최대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얼라인파트너스도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이에 카카오·얼라인 연합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대거 위임 받는 것은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와 SM엔터의 기존 경영진은 얼라인파트너스를 앞세워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된 주당 12만원이 싸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에게 지금 당장 공개매수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설파하면서 의결권도 하이브에 몰아주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은 SM엔터의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 그리고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3자 유증 금지 가처분 결과가 1차 관건


카카오의 과거 행적을 보면 SM엔터를 쉽게 포기 할 수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 전 총괄은 2021년 초부터 지분 매각을 본격 타진했는데 당시 카카오를 비롯해 CJ, 네이버, 하이브 등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된 카카오는 CJ와 네이버가 지난해 후보군에서 사실상 빠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SM엔터 경영진을 접촉해왔다.



특히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많은 엔터 회사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왔는데, 이는 해외 사업에 취약한 카카오의 약점을 한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SM엔터 인수로 이 같은 계획의 방점을 찍는 한편 2025년 완공될 카카오의 국내 첫 공연 전용 돔구장 '서울아레나'의 활용법도 SM엔터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었다.

지난달 카카오엔터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거액 자금을 유치한 것 역시 SM엔터 지분 인수 구상과 연결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사우디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총 1조1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고, 이중 5769억원은 SM엔터 등 타법인 인수에 쓸 계획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차원 방정식의 첫번째 매듭을 풀 이벤트로 이 전 총괄측이 제기한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결과를 지목하고 있다. 이달 22일 심문 기일이 잡힌 가운데 법원은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유증 대금 납입일 전 결과를 낼 것이 유력하다. 만약 법원이 이 전 총괄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인수 계획은 완전히 틀어지고 앞으로 지배력도 전혀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항 공개매수, 명분이 부족


일각에서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실행시킬 명분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는 3자 배정 유증 이유를 언론에 설명하면서 SM엔터 경영 참여는 없을 거라 못 박았다. 그러나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 유증을 통해 주당 9만1000원에 지분 취득하기로 한 상황에서 하이브측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가 보다 높게 대항 공개매수를 하는 것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업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하이브에 화합의 제스쳐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결 양상으로 비춰지는 현 상황을 타파하고 양사가 손을 잡으면 카카오는 SM엔터는 물론 하이브가 보유한 한류 콘텐츠까지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내 거대 플랫폼이 K-POP 대기업과 적극 협력한 사례가 아직 없었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장점을 적극 어필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하이브는 카카오의 라이벌 네이버(NAVER(035420))와 지분 교환을 통해 동맹을 맺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괄이 기존 이사진들로부터 배척당하자 하이브를 끌어들인 만큼 이수만 측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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