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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1년 만에 멈춘 금통위…안갯속 고속주행의 결말은?

7연속 인상 행보 멈추고 금리 동결

美 긴축·中 리오프닝 등 변수 고려

시장 반응도 인상·동결·인하 제각각

졸음쉼터일지 톨게이트일지 불확실

불시착 가능성에 안전벨트 꼭 맬 때

안개 낀 새벽 도로 전경. 합천=오승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숨 가빴던 7연속 금리 인상을 멈췄습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지난해 2월(1.25%) 이후 1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창용 총재는 임기 중 첫 금리 동결을 한 셈입니다.

당일 금리 동결 자체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이 총재의 비유였습니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 후 기자 간담회에서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현 상황을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최종금리,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국내 부동산 경기와 경제 상황, 국제유가 흐름과 이로 인한 소비자물가 움직임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해 멈췄다는 겁니다. 사실 지난해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한 요인이 가득했던 만큼 그동안 안갯길에서 고속주행을 해왔던 셈입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금리 동결이 인상 기조의 끝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 총재는 “지난해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번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이전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 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라며 “이번은 과거로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합하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잠시 멈췄고, 앞으로는 안개가 걷히는 상황을 보면서 주행을 이어갈지 말지를 판단하겠다는 겁니다. 이같은 생각엔 대다수 금통위원은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이번엔 금리 동결을 의견을 내면서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재와 조금 다른 생각인 금통위원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이번에 금리를 동결 의견을 냈지만 다음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3.50%로 쭉 가자는 의견입니다. 이는 1월 금통위 당시 동결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주상영 금통위원 중 한 명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한 명은 조윤제 금통위원입니다. 조 위원은 이달부터 금리를 3.75%로 올렸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안갯길 주행에 대한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들도 뭐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셈인데 시장이 명확한 방향을 알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2.23


대다수는 기준금리 3.50%가 최종금리로 이대로 연말까지 갈 것이란 전망입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행보가 재조정되는 시기에 한은이 앞서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준수하며 동결 결정한 자체가 사실상 긴축 사이클 마무리를 시사한 것”이라며 “추가 인상 없이 연말까지 3.50%를 유지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립금리를 넘어선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엄연한 긴축의 일환”이라며 “지켜볼 시간이 확보됐다는 한은의 의견이 유지된 점 등을 봤을 때 연내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상과 인하 전망도 동시에 나왔습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방 리스크가 남았기 때문에 2분기 중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피봇(정책 전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며 “8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2%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이 총재 발언에서 힌트를 찾자면 앞으로 주목할 것은 당연히 물가와 미 연준의 최종금리입니다. 한은 예상대로 물가 상승률이 3월 이후 4%대로 떨어진 이후 연말 3% 초반까지 가는 경로(path)를 확인할 수 있을지가 우선 중요합니다. 미 연준이 최종금리를 상단 기준 5.50%까지 올릴지도 중요합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00bp(1bp는 0.01%포인트)까지 벌어졌을 때 환율이 튀면서 다시 물가를 자극할지를 봐야 합니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어디쯤일까요. 이번 여정에서 기준금리 3.50%가 잠시 쉬어가는 졸음쉼터여서 다시 속도를 높여 가던 길(긴축)로 가게 될지, 아니면 목적지(최종금리)에 도달해 톨게이트 출구로 나가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혹은 안갯길 추돌사고가 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불시착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고 전방주시를 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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