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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기차 전환 부품사 38%뿐…이마저도 10곳 중 6곳 적자

■본지 '車산업 실태조사' 입수

350개사 중 132개사 변경 그쳐

절반은 "수익 확보에 최소 3년"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미래자동차로 전환하거나 이를 준비 중인 자동차 부품사가 4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로 전환한 국내 부품사 가운데 60%가 적자를 기록했다. 미래차로 전환한 부품사들은 수익 확보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산업의 기반이 튼실하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부품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2022년 자동차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품사 350곳 가운데 미래차로 전환했거나 추진 중인 부품사는 37.7%(132곳)에 머물렀다. 국내 부품사 10곳 중 6곳이나 미래차 전환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얘기다.

미래차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경영 상황도 좋지 않다. 미래차 전환 부품사 중 현재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39.4%(52곳)에 그쳤다. 더욱이 이들 부품사의 절반(51.5%)은 수익 확보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차 전환 부품사 10곳 중 6곳이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이고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부품 업계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미래차 전환을 앞두고 부품 업계의 양극화도 심화했다. 부품사들은 도급 단계가 낮아질수록 수익 확보까지 기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답했고 2 ·3차 부품사 가운데는 미래차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익 전환의 어려움 때문에 제품 개발을 중단한 사례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는 와중에 부품사의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면 부품 공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30% 가까이 줄지만 튼튼한 부품 생태계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부품사들의 미래차 전환이 늦어지는 원인을 찾아 신속하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품 전동화 없인 '전기차 3강' 공염불인데…'3難'에 브레이크 걸렸다


■부품사 38%만 전기차 전환…갈 길 먼 미래차 강국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제품 검수를 위해 줄지어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미래차로 전환하거나 준비 중인 자동차 부품사가 40%를 밑돈 것은 우리나라가 전기차 강국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전환을 준비 중인 자동차 부품 업계는 특히 자금과 전문 인력, 원천 기술 등 세 부문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 개별 단위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더욱이 기업 규모에 따라 미래차 전환 속도와 인력 현황, 기술 수준이 제각각인 점도 ‘쾌도난마’식의 해법이 존재할 수 없게 한다.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정부가 나서 미래차 전환을 추진 중인 부품사들의 애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맞춤형 대책으로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완성차 '전기차 톱3' 시동걸었지만…부품사 내연기관차 매출비중 90%


자동차 관련 단체가 국내 부품사 3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자동차 산업 실태 조사’에는 국내 부품사들의 미래차 준비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우선 전기차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내연기관차에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56.4%는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42.9%는 조향·현가 등 범용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 전용 제품을 만드는 곳은 2.6%에 불과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2030년까지 323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최초로 3위에 오른 기세를 전기차 시대에도 재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의 기반이 되는 부품사들의 내연기관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면 2030년 글로벌 전기차 3강 진입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전문인력·자금·원천기술 부족에…정보력도 약해 ‘첩첩산중’


국내 부품사들의 미래차 전환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자금 부족 △인력 확보의 어려움 △원천 기술 부족 등이 지목된다. 이는 실태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래차 사업 추진과 관련한 애로 사항으로 응답 기업의 51.5%가 자금 부족을 꼽았고 전문 인력 부족(31.8%), 원천 기술 부족(7.6%) 등이 뒤를 이었다. 충남에 소재한 1차 협력사 관계자는 “부품사 입장에서도 미래차 부품을 서둘러 개발하고 싶지만 기술도, 개발 자금도 모두 부족하다”며 “정부나 기업에서도 각종 기금을 마련하고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지원책을 내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지원 조건 탓에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도 “중견 부품사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백억 이상이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를 선제적으로 지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정보력도 부족해 어떤 미래차 부품이 유망한지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기아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전용 전기차 EV6를 생산 직원들이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기아


투자 여력이 있는 부품사들도 전문 인력 확보에 고충을 겪으면서 미래차 전환이 늦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에는 배터리와 구동 모터, 충전 설비, 원자재 공급망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제때 수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 인력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인건비는 오르고 어렵게 채용하더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산업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업종 안에서도 상방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면서 “임금을 맞춰줄 수 없는 중소 부품사는 어렵게 확보한 인재를 뺏기게 되고 그만큼 전동화 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협력사 전동화 5.2조 투자…정부도 저리 대출 등 걸림돌 제거


기업과 정부도 부품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사의 전동화 전환을 돕기 위해 5조 2000억 원 규모의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중장기 지원을 바탕으로 부품사가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정부도 미래차 전환을 시도하는 부품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중은행과 협력해 중소 자동차 부품사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고 정부가 이자의 일부도 부담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대책들과 별개로 부품사들이 처한 여건에 맞는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미래차로 전환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금뿐 아니라 부품사의 진출 분야와 인력 확보, 기술 개발, 수요처 발굴 등 종합 컨설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품사의 경우 미래차 아닌 기존 기술을 활용해 유사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업종 전환까지 고려한 지원 방안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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