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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재정자립도 20년새 11%P‘뚝뚝뚝’…"더 추락한다"

올 지방 재정자립도 전년대비 3.7%P↓

부동산 거래절벽에 자체세입 줄지만

중앙만 바라보며 세원 발굴은 '외면'

각종 지원 명목으로 현금살포 여전

내년엔 자립도 더 큰폭 하락 전망





올해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가 전년 대비 3.7%포인트 하락해 46.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진과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인한 취득세 및 집값 하락에 따른 재산세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2021년 이후 3년 연속 재정자립도 50%를 밑돌게 됐다.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지방이전재원에 의존해온 지방정부의 ‘재정 체력’이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과 나라살림연구소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부동산 호황에 따른 반짝 세입 증가로 49.9%까지 올랐던 17개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다시 46.2%로 하락 반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57.2%에서 2021년 48.7%로 50%대가 처음 붕괴된 후 계속 40%대를 기록했다. 근 20년간 재정자립도가 11%포인트 빠진 셈이다. 재정자립도 50%미만은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세입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구조라는 얘기다.

올해 전국 평균인 46.2%보다 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서울(76.9%), 세종(57.2%), 경기(51.9%), 인천(50.3%) 등 4곳에 불과했다. 전북(24.6%)과 전남(26.1%), 경북(27.3%), 강원(29.4%)은 30%대에도 못 미쳤다. 이 와중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무차별적인 난방비 현금 지원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자체 수입 확충 방안이 절실하다”며 “세외수입원 발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정부의 재정 체질이 갈수록 약해지는 와중에도 이를 개혁할 강한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 내국세의 40%가 의무적으로 교부세·교부금으로 지방에 배당돼 지방정부의 문제의식 자체가 희미하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맞물려 선심성 사업 예산을 따내려는 정치인 때문에 중앙정부가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낮은 재정자립도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철부지 자식과 흡사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중앙에만 매달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 재정체력은 '약골'인데…나랏돈으로 '퍼주기'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빠르게 추락하는 것은 지방재정이 허약해진다는 의미지만 돈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자동으로 교부되는 돈이 쌓여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난방비 지원 등 각종 명목으로 현금 살포에 나서는 등 헤픈 씀씀이가 여전하다.

결국 문제는 부실해지는 재정 체력이다. 겉보기에는 예산집행에 어려움이 없지만 중앙에서 받은 보조금과 교부세로 채워진 예산안을 뜯어보면 지방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 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고질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산 거래절벽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지방채 발행 신중 모드, 경기 침체에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까지 맞물려 내년에는 지방의 중앙 의존증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과 나라살림연구소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7개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는 46.2%로 지난해의 49.9%(세입 과목 개편 전 기준)보다 3.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자립도 악화가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의 자체 세입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내년에는 세입 과목 개편 후 기준으로도 최저점을 기록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세입 과목 개편으로 이월금·잉여금 등을 세외수입에서 제외해 하락 추세가 더욱 가팔라져 2021년(43.6%) 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부동산 침체에 올 46% 그칠 듯
전북·경북 등은 30%대도 안돼


특히 부동산 시장 악화는 지방세 부진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지방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세는 부동산 재산 과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 결산 기준 취득세·재산세 등 재산 과세가 전체 지방세 수입의 45.9%를 차지했다. 앞서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1년 33조 8170억 원을 기록한 취득세 세입이 내년에는 22조 358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될 지방세 개편은 지방정부의 자체 세입을 더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이미 12억 원 이하 주택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는 전액 면제되고 소득 기준이 사라졌다. 인구 감소 지역에 사업장을 설치하는 기업의 취득세도 면제된다.

중앙에서 내려주는 재원으로 예산 수요가 충당되다 보니 자체적인 세원 발굴 노력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집계 결과 올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곳은 부산시(2600억 원)와 광주시(240억 원), 대전시(1600억 원), 세종시(7억 원), 충남도(1000억 원), 제주도(700억 원) 등으로 전체 재정 비중의 0.4%에 불과했다. 지방세(46.4%), 보조금(37.8%) 비중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자체 수입인 보전 수입 등 내부 거래(3.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부산·대구·인천 등이 지방채 발행으로 재정위기를 겪은 뒤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도 지방채 발행에 신중해지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조금도 재정자립도 추락을 재촉하는 원인이다. 중앙정부가 정한 일정 비율의 대응 사업비를 수반하는 보조금은 그만큼 지방의 자율적인 재정 운용을 방해한다. 특히 경기 침체 상황이다 보니 자체 재정 운용보다 중앙 사업을 받는 편을 선택하는 현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새로 광역단체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시도지사들은 첫 예산안부터 보수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임기 초에 의욕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예산도 과소 추계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정부에 습관적으로 손을 벌리는 지방정부 때문에 중앙정부의 돈 가뭄, 지방정부의 약골 체질이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재정 마른수건 짜는데…지자체, 총선 겨냥 선심성 예산 요구 거셀듯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에 중앙재정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년보다 줄어든 재원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돈을 더 달라고 조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선심성 돈 풀기’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지방에 배부하는 금액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합한 지방 이전 재원은 2016년 81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53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내국세 수입이 206조 2000억 원에서 296조 1000억 원 약 1.4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이는 세금 중 쓰지 않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 대부분이 지방으로 갔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세계잉여금 처리 순서는 교부세·교부금 배부가 최우선이다. 나랏빚 상환보다 우선한다. 2021년 세계잉여금은 18조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1조 3000억 원(63%)이 지방 이전 재원으로 배정됐다.

점점 벌어지는 지자체 간 재정 격차도 중앙정부에 부담이다. 지역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앙정부가 격차를 어느 정도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연방 국가 수준의 재정 분권화’를 기치로 내걸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조정했다. 부가가치세의 지방세 몫인 지방소비세율을 두 배 인상하면서다. 이에 재정자립도가 높은 부자 지자체와 소멸 위기에 몰린 지자체의 재정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방세수마저 줄어들면 중앙정부 의존도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총선 또한 변수다. 표를 노린 선심성 지방예산이 폭발할 수 있다. 여야 모두 2020년 21대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로 ‘재난지원금’을 꼽는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결국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중앙재정을 얼마나 자신의 지역구에 끌고 오는지가 의정 활동의 성과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일선 지자체가 각종 명목으로 현금 살포에 나서다 또다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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