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직 장관이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평등부 장관을 역임한 데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시기가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플레이보이 프랑스판은 최신 호에 12쪽 분량의 시아파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과의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 관련 인터뷰와 함께 그의 사진을 표지에 실을 예정이다. 오랫동안 페미니즘 운동을 하던 그는 2017년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프랑스 최초의 성평등부 장관으로 발탁돼 입각했다. 플레이보이 프랑스판 편집장 장-크리스토프 포랑탱은 페미니즘적 견해를 지닌 시아파 장관이 정치인 중 "가장 플레이보이와 어울리는 인물"이라며 인터뷰 섭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집권 여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이달 1일 시아파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특히 현시점에 전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의 루도비치 멘데스 의원도 BFM-TV와의 인터뷰에서 "만우절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페미니스트로서의 투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싸움을 왜 플레이보이지에서 봐야 하나. 다른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금을 받는 시점인 법정 정년을 64세로 올리려는 프랑스의 연금 개혁 반대 움직임이 10차 시위까지 이어지며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개혁안을 통과시키자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야당에서는 시아파 장관의 화보가 연금 개혁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정부의 계획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녹색당의 상드린 루소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고,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보이로 연막을 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아파 장관은 화보 논란에 대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킬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프랑스에서 여성은 자유롭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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