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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단독 인터뷰] 서유석 "공모펀드, ETF 상장해 시장 축소 위기 뚫겠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100일' 인터뷰

대담=손철 시그널·증권부장

공모펀드 활성화보다 경쟁력 강화 방안에 집중

규모 있는 펀드 ETF 상장 땐 중소사 부담 덜어

사모펀드, 모험자본 효과 커 '색안경' 벗어야

ATS 예비인가 신청…지급결제도 6월말 결론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모험자본 공급·고용창출 효과가 큰 사모펀드 육성이 절실합니다.”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다음 목표는 뚜렷했다. 사모펀드 인식 제고였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연초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부터 올해 들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초고속 뱅크런 사태 등 금융투자 업계는 혼돈 속을 지나는 중이다. 이 모든 사태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때 먼저 끊어지는 건 약한고리부터다. 스타트업, 벤처 업계는 일찌감치 돈줄이 끊겼다. 이런 때 동아줄 역할을 하는 게 사모펀드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은 서 회장과 취임 100일 소회와 다음 목표를 주제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 회장은 최근 침체에 빠진 공모·사모펀드 시장을 되살릴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그는 펀드의 국내 자본시장 기여분을 새삼 강조하면서 이르면 내년 말 출범할 대체거래소(ATS), 증권사 법인 지급 결제 허용, 국내 기업 해외 진출 등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사모펀드, 모험자본 공급·고용 창출 측면서 육성 이유 충분”


서 회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정치 이슈 등으로 사모펀드가 우리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모험자본 공급과 고용 창출 측면에서 사모펀드를 육성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는 쇼트(매도)도 많이 해 과도하게 고평가된 주가를 안정시킨다”며 “사모펀드의 한 종류인 행동주의 펀드도 지배구조 개선,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을 이끌어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형 자산운용사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일은 언감생심”이라며 “사모펀드는 이와 달리 고위험·고수익의 벤처·비상장기업을 발굴해 메자닌·지분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 성격을 모두 지닌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등을 뜻한다. 위험도는 낮으면서 회수는 쉬운 투자 방법이다. 운용 실적을 축적 하려는 신생 운용사나 높은 위험 회피 성향을 추구하는 운용사가 적극 활용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사모펀드를 통해 메자닌과 비상장기업 지분증권에 투입된 자금은 각각 9조 원, 22조 80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 회장은 사모펀드를 더 육성해야 할 이유로 미래산업 성장, 고용 증진도 들었다. 그는 “IT가 발달하며 전통 금융인 은행은 고용이 계속 주는 데 반해 자산운용 업계 고용은 전문 사모운용사 창업 급증 효과로 꾸준히 늘어났다”며 “고용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사모펀드 쪽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 관련 인력은 2015년 말 4309명에서 지난해 말 6361명으로 늘어나는 사이 사모펀드 관련 인력은 같은 기간 986명에서 6359명으로 더 많이 증가했다. 올해에는 사모펀드 임직원 수가 공모펀드를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게 자산운용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 규모도 사모펀드(569조 2000억 원)가 머니마켓펀드(MMF)·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공모펀드(283조 1000억 원)의 두 배 수준이 됐다.

서 회장은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세제개편안도 5월 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금융투자소득세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모펀드 투자자의 펀드 수익이 배당소득으로 일원화돼 최대 49.5%의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공모·사모운용사, 사무관리사, 판매사 등 총 20여 곳이 참여한 금투세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는 “사모펀드 수익을 모두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하는 게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와 금투세로 할지, 소득 원천별로 세금 부과를 달리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모아 소득세법 개정을 위한 최종안을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 16년만에 100조원 밑으로…"ETF 전환 상장이 답"


공모펀드는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서 회장은 고비용·저효율로 일반 투자자가 외면하는 기존 공모펀드 활성화 방식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급속한 정보기술(IT) 발달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공모펀드의 역할은 사라지고 있다”며 “공모펀드 시장구조 자체를 ETF 중심으로 전환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투자자들은 최근 공모펀드에서 자금을 빼 ETF에 쏟아붓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설정액(머니마켓펀드·ETF 제외)은 2월 6일 기준 99조 8892억 원을 기록해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 밑으로 내려갔다. 반면 ETF 시장은 2020년 말 52조 원에서 2021년 말 74조 원, 지난해 말 82조 7000억 원으로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서 회장은 공모펀드의 ETF 전환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2021년 처음 공모펀드의 ETF 전환 사례가 나온 후 올해까지 총 40개 공모펀드가 ETF로 상장됐다”며 “이제 그 규모도 순자산 기준 총 400억 달러(약 52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서 회장은 나아가 ETF 전환 상장이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성장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인 국내 ETF 시장을 깨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서 회장은 “유명 공모펀드를 ETF로 전환하는 게 경쟁력 강화의 최선책”이라며 “브랜드 가치가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모펀드가 ETF로 상장하면 운용사가 판매사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공모펀드가 ETF로 상장되면 중소 운용사가 가장 힘들어 하는 유동성공급자(LP) 확보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며 “LP를 구하지 못해 신규 ETF를 상장하지 못하는 중소 운용사에 유용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 기자


“ATS, 이르면 내년 말 본격 가동…동남아서 금융투자 지도 넓혀야”


서 회장은 한국거래소와 경쟁하게 될 ATS 출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ATS 준비 법인인 넥스트레이드가 예비 인가를 신청했다”며 “앞으로 1년가량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내년 말 영업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TS를 통한 토큰증권(ST) 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서 회장은 “ST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데 반해 ATS는 장내거래에 대한 인가를 받는 것”이라며 “장외거래 전용 ATS 인가를 추가로 받거나 별도 장외거래 플랫폼을 통해 ST를 거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증권사에도 월급 통장 개설 등 지급 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대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증권사 지급 결제 업무 허용은 업계의 숙원인 까닭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지급 결제망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비은행권의 지급 결제 허용을 위한) TF가 6월 말 정도에는 논의를 정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서 회장은 증권사의 수수료·이자 장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투자 업계, 금융 당국과 함께 TF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이를 빨리 반영하는 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민 경제 차원에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수료·이자 장사 논란과 맞물려 정부가 독려하는 금융투자 업계의 해외 진출 사업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부담감을 모두 내비쳤다. 그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은 직접 진출 방식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진출 희망 업체가 있다면 당국 대 당국으로 규제·인허가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입장”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을 금융허브로 만드는 구상을 두고는 “해외 투자은행(IB)을 국내로 유치해 홍콩·싱가포르처럼 만들자는 구상이 있었지만 영어·세제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글로벌 IB는 여러 국가 가운데 유리한 곳을 찾아가는데 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글로벌 IB 국내 유치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갖는 베트남·태국·인도 등으로 금융투자 지도를 넓히는 편이 빠르다는 판단이었다.

서 회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업종이 다른 업권에 비해 악영향이 적다고 짚었다. 대신 “SVB나 크레디트스위스(CS) 붕괴 과정에서 ‘모바일 뱅크런(스마트폰을 통한 대규모 예금 인출)’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예상하지 못한 새 위험 요인은 없는지 협회와 당국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 회장은 올 한 해 국내 증시 흐름에 관해서는 긍정론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말만 해도 애널리스트의 올해 전망이 대부분 비관적이었지만 1분기에 주가가 기대 이상으로 오르면서 증권사도 대체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며 “증시에 경기 둔화 우려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이제는 바닥을 찍고 언제 올라갈지를 모색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금투업계 비중 높여야…고수익 상품 논의 중”


“이익이 난 것은 다 팔았고 이제 남은 건 소위 ‘물린’ 것밖에 없네요. 코스닥 레버리지와 게임 상장지수펀드(ETF) 등 한때 유행했던 상품에도 투자했는데 손실이 꽤 큽니다(웃음).”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개인 재테크는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금융투자의 대가답지 않게 이처럼 소탈하게 답했다. 증권·운용사에서 만 34년간 몸담은 베테랑도 항상 수익을 볼 수는 없었던 셈이다.

서 회장도 재테크에서는 일반 투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최근 대세를 따르며 공모펀드보다는 거래가 쉬운 ETF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 회장은 “프라이빗뱅커(PB) 등의 도움도 받아봤지만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보니 답답하더라”고 전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대표로서 서 회장은 국민들의 퇴직연금 관리 전략에 깊은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그는 “1%대 수익률로는 30년이 지나도 노후 자산을 못 모은다”며 매년 덩치를 키우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투자 업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총 77.4%를 점유한 은행(50.6%)과 보험(26.8%) 업종의 연간 수익률은 고작 1%대였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21.3%에 불과했던 금융투자 업종의 수익률은 3.17%로 가장 높았다. 최근 당국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금융회사 갈아타기를 쉽게 하려는 움직임도 증권사들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서 회장은 “원금 손실을 꺼려 예적금을 고수하는 투자자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다만 수익률이 낮은 은행·보험 상품에만 노후 대비를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금융투자 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방안으로 ‘자산배분펀드’ 도입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자산배분이란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분산투자해 시장 변동성에 따른 등락 폭을 최소화하는 투자 전략이다. 국민연금도 이를 통해 최근 10년간 평균 4.7%의 수익률을 올렸다.

서 회장은 자산배분펀드를 업계 대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최근 대형 운용사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잠정적인 상품 이름도 투자자들이 금융투자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하자는 의미에서 ‘디딤돌펀드’라고 붙였다. 그는 “민간 업체들에는 국내 자산 비중 30% 이상 유지와 같은 제약이 없는 만큼 국민연금 수익률을 2~3%포인트 웃도는 상품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취임 100일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낀 성과로 기획재정부의 증권사 외국환 업무 확대 결정, 국회의 하이일드펀드(비우량채 45% 이상 포함) 과세특례법 통과 등을 꼽았다. 펀드 경쟁력 강화와 증권사 법인 지급 결제 도입, 금융투자소득세 제도 보완, 대체거래소(ATS) 출범 등 앞으로 남은 과제들도 차분히 추진하면 업계의 숙원들이 하나둘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 회장은 “회원사·정부·국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일정이 밀리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업계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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