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EU), 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이 이달 일제히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걸고 달 너머 심(深)우주 개척에 나선다. 미래 경제·안보의 새로운 요충지가 될 1000조 원 규모의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국 역시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주발사체(로켓) 기술 자립, 뉴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구상을 앞당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5일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한국시각으로 전날 오후 9시 14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JUICE)’를 아리안5 발사체에 실어 쏘아올렸다.
유럽은 주스를 통해 목성 탐사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발사에 성공할 경우 주스는 8년 간 6억㎞를 항행한 후 2031년 목성에 도착, 가니메데·칼리스토·유로파 등 3개의 얼음위성을 공전하며 얼음 표면 아래 액체 바다 속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조사하게 된다. 목성을 포함한 기체형 행성의 형성과정도 규명한다.
유럽은 주스를 통해 목성 관측 데이터를 얻을 뿐 아니라 심우주 탐사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 앞서 미국 탐사선들이 수차례 목성을 탐사했지만, 달이 아닌 태양계 위성을 단순히 스쳐지나가지 않고 공전하는 건 이번 시도가 처음이다. 주스 발사는 1초 이내의 정확도로 발사시간을 맞춰야 하는 고난도 임무이기도 했다. 예정된 발사시각을 1초라도 놓치면 경로가 틀어져 실패한다는 의미다. 달, 화성 탐사와 달리 지구로부터 목성까지의 거리가 매우 멀 뿐더러 지구·달·금성 중력의 도움을 연이어 받아야 해, 그만큼 발사 방향과 경로가 정밀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나서서 달 착륙에 도전한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R 미션1’의 월면 착지를 이달 25일(현지시간) 시도한다. 지난해 12월 지구에서 출발, 한국 달 궤도선 다누리처럼 연료를 아끼기 위해 먼 거리를 우회하는 경로를 따라 4개월 간 항행했다.
제대로 착륙할 경우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스페이스X도 하지 못한 ‘민간 첫 달 착륙 성공’ 기업이 된다. 국가적으로도 일본은 미국, 소련,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달 궤도 공전을 넘은 착륙은 지표면으로 떨어질 때 감속하기 위한 연료를 자체적으로 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중량이 커질 수밖에 없고, 지구 기지국에서의 원격 제어기술도 요구되는 고난도 임무다. 중량의 경우, 달 궤도를 공전하는 궤도선인 다누리도 중량 문제로 발사가 수차례 지연된 바 있는 만큼 발사 임무에 예민한 문제다.
이런 달 착륙은 희귀자원 채취는 물론 그 너머 심우주 개척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로도 평가된다. 달을 베이스캠프로 삼는다면,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우주실험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지구 6분의 1의 약한 중력 환경에서 적은 연료만으로 탐사선을 발사하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에서 식수원을 찾아 유인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 탐사까지 연계하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스페이스X는 우주 상업화 계획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달 22~23일쯤 달과 화성으로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자원채취, 유인관광 등 우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송기술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우주선 길이만 50m, 이를 쏘아올릴 대형 발사체를 더하면 120m에 달하는 규모다. 발사는 당초 이달 10일로 계획됐지만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미뤄지고 있다.
한국은 현재 계획상 2032년 달 착륙에 나선다. 달 착륙선은 물론 이를 쏘아올릴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2조 원 예산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두 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을 검증한 첫 국산 발사체 누리호는 다음 달 24일 3차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성능 고도화와 민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이전이 이뤄진다. 최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민간 발사체로는 국내 처음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업계의 잇단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2032년 약 1000조 원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발사장 구축 등 정부 지원과 민간의 자본 투자를 늘려 우리가 이 시장 점유율 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에 이은 전 세계 우주발사체 기업 대다수가 내년이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두는 만큼 우리도 서두르지 않으면 시장을 빼앗길 것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는 “민간 발사체 기업은 수익성 확보와 자생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크고 작은 위성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한편 위성 개발사들이 접근성이 좋은 국내 민간 발사장을 확보함으로써 발사체 기업의 수요를 창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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