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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상반기 0%대 성장…반도체 불황에 연간 성장률 1.8→1.5%"

상저하고 어렵다…하반기 성장률 2.4→2.1%

“IT 버블 붕괴·금융위기급 반도체 불황 탓"

여행 등 서비스업 호조에 근원물가 3.4→3.5%

"경기부양책, 물가 자극 우려…추경 필요 없어"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은 0%대에 그치고 하반기 경제 반등 폭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탓이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가 우려된다며 돈을 푸는 경기 부양책과 기준금리 인하는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11일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직전 전망치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전망치는 1.1%에서 0.9%로, 하반기는 2.4%에서 2.1%로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사실상 올해 상저하고의 경제 흐름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반도체 경기 전망이 한층 어두워진 영향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경기가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아주 심각하게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올 1~4월 기업 실적치를 보면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 전망치는 275억 달러에서 164억 달러로 40% 넘게 하향 조정됐다.



다만 강한 여행 수요 등으로 내수 회복세는 이어진다고 전망,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2.8%에서 3.0%로 올렸다. 예상보다 강한 서비스업 호조에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는 10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정 실장은 “제조업 고용 상황은 지난 전망과 비슷한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 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상당히 느린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부문 역시 제조업과 주택경기 둔화로 부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총고정투자 증가율은 기존과 같은 수준(1.2%)을 유지했다.

비교적 긍정적인 내수 회복세에 물가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정 실장은 “높은 서비스 가격 등의 영향으로 근원물가는 3.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올려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에서 3.4%로 소폭 내려 잡았지만 이는 전기요금 인상 스케줄이 미뤄지고 있는 영향일 뿐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는 이런 내수 상황을 고려하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가 1%도 안될 정도로 경기가 나쁘지만 대부분 수출에 기인한 것이지 내수는 좋은 편”이라며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에 이미 확정된 만큼의 지출 규모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은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물가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2%) 수준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가시화될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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