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은 세련됐고, 성장할 수 있는 극강의 토양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서울 곳곳에 지점을 내고 국내 미술 애호가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술 투자 시장이 ‘침체기’ 혹은 ‘정체기’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트부산2023 등 국내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다. 독일 에프레미디스(Efremidis) 갤러리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우승용 에프레미디스 공동대표는 “유럽 시장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토양을 갖고 있지만 정체된 것도 사실”이라며 “아시아는 중국 투자자들이 가진 잠재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한 에프레미디스는 삼성전자에 다니다 예술경영을 전공한 우승용 대표와 부동산 펀드 투자자인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 대표가 미술을 접점으로 친분을 쌓다 함께 설립한 갤러리다. 우 대표는 갤러리의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에프레미디스 대표는 올해 그리스 아테네에 설립할 사립 미술관과 작가들을 후원하는 재단 관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삼성동에 30평(99㎡) 남짓의 에프레미디스 지점을 오픈하고 소속작가 6인의 개관전 ‘전환’을 개최했다. 시장이 침체기인데 서울에서 신규 갤러리를 여는 이유를 묻자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 공동대표는 “한국은 자생적으로 높은 문화를 갖고 있으며 유연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창출하고 있다"며 “현대 아트부산이나 다른 유럽 아트페어도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아시아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 첫 전시에 출품하는 6인의 작가는 독일, 미국 등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며 오랜 시간 에프레미디스와 인연을 맺어왔다. 모두 다른 개성을 갖고 있지만 우 대표는 “다른 모든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이번 개관전 출품 작가들은) 대부분 기존 시류에 저항하는 기질을 갖고 있다”며 공통점을 설명했다. 그는 “에프레미디스는 큰 화제를 모아 비싼 가격에 팔리는 작품보다는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와 인연을 맺고 이를 통해 변화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개관전에 출품된 작품 중에는 특히 미셸 그라브너의 커다란 회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작가는 레이스, 뜨게, 깅엄체크 무늬 등 직물의 정교하고 반복되는 패턴을 붓으로 재현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평범한 직물을 손질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로 여겨진다”며 “일상의 소재가 담은 패턴과 추상적인 배열 속에 다양한 권력구조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올해 지배적인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미술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작가를 찾을 예정이다.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앞선 트렌드를 가장 동시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작가들을 찾는 것”이라며 “개관과 함께 9월에는 아우라 로젠버그의 개인전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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