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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약' 판매량 3배 늘었지만…약사 반발에 10년째 13종뿐

■품목 확대 놓고 논란 가열

24시간 연중무휴·판매자 상주 조건

편의점 없는 소도시선 접근성 떨어져

품목도 해열진통제·소화제 등 한정

약사단체 "오남용 우려" 확대 반대

매년 수요 증가에도 제도개선 제자리





#직장인 서경제(36·가명)씨는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한숨도 못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오랜 만에 성사된 회사 동기 모임이 3차까지 이어지면서 맥주와 기름진 안주를 잔뜩 먹은 게 탈이 난 모양이었다. '어딘가 보관해 둔 지사제가 있을텐데'라며 서랍을 뒤지다 편의점에서 타이레놀을 구매했던 기억이 나 배를 움켜쥐고 집을 나선 서씨. 인근 편의점 3곳을 돌았지만 지사제를 구하지 못한 채 돌아왔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등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판매가 가능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의약품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국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편을 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자 지난 2012년 5월 약사법을 개정했다.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상비약 중 성분·부작용·함량·제형·인지도·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20개 품목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후 의·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구성하고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을 지정해 2012년 11월부터 시행에 나섰다. 시행 직후부터 현재까지 해열 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비약 공급가액은 2013년 약 153억 원에서 2021년 45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 공급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21년 '타이레놀정 500mg'의 공급금액은 8년 전보다 4배로 증가한 212억 원으로 안전상비약 전체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3%에 달했다. 이 기간 소비자들의 의약품 구매 행태도 크게 달라졌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9%는 '최근 1년간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3년 14.3%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한 이유로는 ‘휴일과 심야시간에 약국이 문을 닫아서’가 68.8%로 가장 많았다. 실제 응답자의 60.4%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상비약 판매 조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비약 판매 기준을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와 판매자가 상주하는 유인 점포로 한정한 탓에 편의점이 아예 없는 도서 지역과 편의점이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복지부령에 따라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공공심야약국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참여 약국이 총 100여 개에 불과한 데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만 운영하게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상비약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20개 특정 제품이 검토됐으나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최소화하려는 약사단체의 입장 때문에 지사제와 제산제, 항히스타민, 화상연고 등이 아예 배제된 채 13개 품목만 지정됐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정부의 '서비스 경제 발전전략'에 상비약 품목확대가 포함되고 관련 회의가 6차례 열리며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 추가가 유력시 됐지만 대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시범사업에 돌입한 원격 화상투약기 역시 약사와 원격 상담을 거치는 데도 해열·진통소염제와 진경제, 안과용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정장제, 하제, 제산제, 진토제, 화농성 질환용제, 진통·진양·수렴·소염제 등 11개 효능군으로 취급 가능 품목이 제한됐다. 편의점 앞 무인자판기에서 상비약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업체도 등장했지만 약사회 반발로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 회의에 안건도 오르지 못한 채 보류 중이다.

약사단체는 화상투약기, 무인자판기 도입은 물론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가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겨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야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문제는 현재 시행 중인 공공심야약국 제도만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약사 출신의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와 편의점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안전상비약 13개 전 품목을 구비한 곳은 114개소(11.4%)에 불과했으며 안전상비약 판매자의 준수사항인 동일 품목 1회 1개 포장 단위 판매도 46.5%가 위반하고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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