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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안받는 금융당국, 韓금융경쟁력 약화시켜"

금융변호사회장 이지은 변호사

당국이 인허가·감독권 함께 가져

법치주의 어긋나는 관치금융 만연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 아주 드물어

금융변호사회, 법치 확립 감시하고

정책평가보고서 발간도 추진할것

이지은 금융변호사회 회장이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금융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금융 감독 당국의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아주 드물다는 것입니다. 우리 감독 당국이 일을 너무 잘하기 때문인 것일까요. 그보다는 당국이 인허가권과 감독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감히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아직도 한국에는 법치주의에 걸맞지 않은 억압적인 금융 감독 조사나 행정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런 식의 관치금융이 이어진다면 한국 금융은 언제까지나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금융변호사회의 초대 회장을 맡게 된 이지은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금융 당국이 법적으로 맞지 않는 규제를 계속 강행하는 이유는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았던 탓”이라며 “금융 분야 법치 확립을 위한 감시자 역할을 금융변호사회가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변호사회는 금융과 법률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설립한 단체다. 변호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금융 업무 활성화를 지원하며 국내 금융 감독 행정의 선진화를 목표로 한다. 이 변호사는 주니어 시절부터 쌓아 올린 금융 관련 커리어가 주목받으며 단체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실제로 그가 담당했던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굵직한 금융 사건들이 즐비하다. 조흥·신한은행 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1호 사내변호사’로 입사해 1 대 1 통합 과정에 힘을 보탰고 2008년 산업은행에 합류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도산한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 과정과 글로벌GM 본사와의 교섭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증권 집단소송과 재보험·파생상품 등과 관련한 여러 국제분쟁을 조정했으며 영국계 보험회사 법무이사, 핀테크 기업 대표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 금융을 아우르는 이력을 쌓으며 그가 느낀 한국 금융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관치금융’이다. 관치금융은 법이나 시장이 아닌 행정기관에 의해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금융 활동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 관치금융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첫째, 금융 당국의 제재나 처벌에 반박하는 행정소송이 거의 없다는 점과 둘째, 금융 감독 당국의 서면 유권해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금융 검사나 제재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침익적 행위이기에 선례가 없던 제재가 생긴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며 “소송을 통해 정부 처분에 문제가 없는지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법률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런 불복 소송이 유독 금융에서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면 유권해석에 대해서도 “‘금융규제·법령해석포털’이 있는데도 변호사가 유권해석을 요구하면 당국으로부터 ‘이런 일은 사전에 상의를 하고 올리는 것이다.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느냐’는 말을 듣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서면 유권해석을 모아 ‘텔레폰북’이라는 이름으로 발간해 금융기관이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사업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서면 유권해석을 활성화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국내 금융 감독 당국의 행정이 후진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감시·견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변호사회의 목표로 금융 감독 행정 선진화를 위한 감시 강화를 우선에 둔 이유다. 이 변호사는 “금융 환경이 변하며 새로운 금융정책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좋은 정책인지, 아닌지 제대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좋은 정책을 낸 관료는 칭찬하고 그렇지 않은 정책은 비판하는 ‘금융정책평가보고서’를 매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 개정되는 금융 관련 법이 헌법 등 상위 법과 맞지 않는 등 체계 정합성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국에 대한 견제·감독뿐 아니라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대국민 금융 교육에도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 등 금융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며 “변호사들이 성년후견제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시니어들의 금융 재교육을 진행하는 데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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