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더욱 효율적으로 창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챗GPT 신드롬을 일으킨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만 회장(공동 창업자)은 9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네이버웹툰 직원이 창작 영역에서 AI가 활용되는 것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브록만 회장은 AI의 긍정적 효과만 제시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웹툰 업계는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시작은 지난달 22일 네이버웹툰에서 공개된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 대해 배경 일부나 손가락 등이 부자연스럽다며 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기괴한 손가락 모양 등 어색한 그림이 불쾌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또 작가 고유의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딸깍이(마우스 클릭으로 웹툰을 만든다는 의미)’라는 낮잡아 부르는 표현도 등장할 정도다.
제작사는 후보정 과정에서만 AI 기술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오후 1시 기준 1화의 현재 별점은 2.34점(10점 만점)이다. 이는 네이버웹툰에서 현재 연재 중인 요일웹툰 600여편 가운데 최하위다. 제작사는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1∼6화를 다시 업로드하고 향후에도 AI 보정 없이 연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전만화에 올라온 '팝콘예술고등학교'도 인물들의 상반신만 그려지는 등 생성형 AI를 쓴 듯한 어색한 그림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용자들은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이달 초 AI 웹툰 보이콧 운동도 벌어졌다.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인 ‘도전만화’에서 이달 2일부터 3일 사이에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이름의 게시물이 60편 넘게 게재됐다. 이 게시물은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도둑질로 만든 AI 웹툰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보이콧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독자들이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생성형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그림 등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기존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학습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양대 웹툰은 아직 공식적인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는 않았다. 공식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생성형 AI의 활용은 금지될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웹툰은 생성형 AI 활용을 지양하라는 취지로 작가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웹툰은 '인손인그'(인간 손으로 인간이 그린) 웹툰만 받겠다며 게릴라 공모전을 열었다. 네이버웹툰도 '지상최대 공모전' 진행 도중에 2차 접수부터는 생성형 AI 기술 활용을 금지한다. 네이버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는 현재 접수 중인 2023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에서 글은 물론 삽화도 생성형 AI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논란이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콘텐츠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해 “만약 AI를 이용해 방탄소년단(BTS)과 비슷한 노래를 만든다면, BTS도 그 수혜를 입어야 한다”며 “AI가 인간의 콘텐츠를 활용하면 해당 콘텐츠의 저작권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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