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총파업에 4년간 무분규 사업장으로 남았던 현대차까지 가세하면서 경제계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경제계 등에서는 이번 총파업을 특별한 노동 현안이 없는 ‘정치 파업’으로 판단하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는 조합원 10만여 명이 참석했다. 파업 참여 사업장 조합원은 최소 하루 4시간 이상 업무를 멈췄다. 일부 조합원은 서울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 동참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 목적은 사업장별 임금단체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일명 ‘노란봉투법’ 입법, 근로자 임금 인상, 근로시간제 개편 중단, 노조 탄압 중단 등 정책 요구와 정권에 대한 비판의 성격을 지닌다. 실제로 이날 서울 용산구 이촌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대회 집회장에는 4000여 명이 참석해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는 투쟁선언문 담긴 구호를 외쳤다. 노조원들은 무대에 올라 “윤석열 정권이 진정한 살인 카르텔”이라는 극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경찰은 이날 금속노조의 시내 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금지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일부 인용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 도심 행진이 시작된 오후 3시 전까지 경찰과 금속노조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집회 장소 인근에서는 ‘민주노총 해체하라’는 피켓을 든 금속노조 반대 집회가 열렸다. 논쟁적인 정치 이슈가 있을 때 등장하는 반대 집회가 노조 집회를 겨냥한 흔치 않은 일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열흘째인 이날 금속노조의 가세로 정치 파업 색깔이 짙어졌다. 여기에 불법 파업 성격까지 띠게 됐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 노조가 불법 파업이라는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총파업 대열에 합류해서다. 총파업 후 정당한 파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파업의 관심은 5년 만에 이뤄진 현대차 노조의 합류였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전·오후 총 4시간의 파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 5개 생산라인이 멈췄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유니투스도 8시간씩 일을 멈췄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 측은 “이번 파업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불법 정치 파업”이라며 “파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의 파업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려면 노동위원회 조정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 투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긴급 노사 관계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조건 유지와 개선을 목적으로 할 때만 파업을 허용한다.
경영계는 총파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당하지 않은 파업이 관성화될 경우 기업 경영과 노사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경제 6단체는 3일 성명을 내고 “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경제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이번 총파업은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모습”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15일까지 이어질 민주노총 총파업은 13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합류가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차질과 의료 일선 혼란이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민주노총 총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적인 시선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다른 변수는 13일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다. 최저임금위는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원하는 인상 폭은 각각 15.8%, 1.2%로 격차가 크다. 내년 최저임금이 노동계의 기대보다 너무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면 민주노총 총파업은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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