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집안의 전등부터 커튼·에어컨까지 조작하는 스마트홈. 지금은 어느 정도 알려지고 익숙한 개념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조차 낯설어 했던 분야다. 대기업들도 쉽게 진출하지 못한 스마트홈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우상범(사진) 대표가 이끄는 고퀄이다.
우 대표는 대학생 시절 일찌감치 창업에 눈을 떴다.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개최한 국제 창업 행사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에서 스마트폰과 인터폰을 연계한 방범 시스템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GSW 참가 이듬해에 곧바로 고퀄을 창업했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건설사에 IT 기기를 납품하는 홈네트워크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도 점등과 소등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였다. 국제 대회 수상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지만 마지막 결정권을 가진 건설사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당시에는 IoT나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이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건설사에도 낯설었기 때문에 시장 진출이 쉽지 않았다”는 게 우 대표의 전언. 시장 공략에 애를 먹으면서 창업 후 5년이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8억 원에 불과했다. 우 대표는 과감히 B2C 시장을 공략하기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카페24(042000)의 도움을 받아 B2C 쇼핑몰을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었다. 우 대표는 “소비자들을 먼저 움직여야 기업도 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고객들이 고퀄의 기술을 통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편해질 수 있는지 깨달을수록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B2C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고작 2019년 고작 8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92억 원, 2022년 118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고퀄은 자체 브랜드 ‘헤이홈’을 통해 홈카메라부터 펫 급식기, 스마트 커튼까지 다양한 IoT 기기를 선보였다. 특히 B2C 시장을 겨냥해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 ‘헤이홈’을 통해 다양한 제품의 원리와 방범, 인테리어 효과 등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접점을 확대했다. 우 대표는 "일반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IoT 기기를 개발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고퀄의 대표 제품인 '리모컨 허브’는 인터넷이 되는 모든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에어컨과 TV를 켜고 끌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전동 커튼’도 여닫을 수 있다. 커튼의 모터에 달린 와이파이 모듈이 명령을 인식하는 원리다. ‘홈 카메라’를 통해서는 집 안에 설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펫 급식기’를 사용하면 일정 주기마다 반려 동물에게 사료를 줄 수 있다. 우 대표는 “B2C 시장이 형성되자 B2B 시장 쪽에서도 좋은 반응이 오고 있다”며 “올해는 매출 2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앞으로 ‘매터(Matter) 프로토콜’ 대응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매터는 스마트홈 표준 프로토콜로 구글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한 스마트홈 글로벌 표준 연합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발표한 기술이다. 우 대표는 “매터를 활용하면 플랫폼이나 제조 회사와 관계 없이 IoT 기기 연동이 가능해진다”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매터와 관련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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