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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북러 밀착에 대중외교 중요성 커져

어느 때보다 中과의 소통이 필요

시진핑, 韓방문 고집할 이유없어

尹대통령 방중해 실리 챙길수도


옛 말에 ‘이웃 사촌이 형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옛말이다. 지금은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사를 온다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인사를 하고 떡을 돌리는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옆집에 산다고 벨을 누른다면 모른척 하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게 당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대한민국은 주변에 세계 주요 강대국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위로는 북한에 막혀 있어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구조인데 좌우로는 중국과 일본이 포진하고 있다. 북한 너머 위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인접한 상태다. 태평양 너머로는 거리는 멀지만 미국의 영향권이다. 지리적 특수성에 북한과의 관계 등에 따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글로벌 외교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향해 주변 국가들이 손을 뻗치기도 하고 우리나라가 상황에 따라 먼저 손을 내밀어 협력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정권에 따라 주변국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서울에서 만났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단 기간에 개최된 정상회담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미국도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북한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는 동안 중국과는 소원해질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던 것이 한국 정상간 유일한 만남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양국 고위급의 교류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의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담했다. 이어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개막식을 계기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면담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미 협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외교의 무게추가 중국을 향하는 모양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새로운 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만나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며 북중러 3국은 더욱 끈끈해지는 모양새다.



동북아 외교 정세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시각 차이다.

한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한 총리와 시 주석의 만남 직후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우리 측 브리핑에서 가장 먼저 나온 얘기도 우리 측이 요청하기도 전에 “시 주석이 방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중국 측 자료에선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과연 우리 기대대로 연내가 아닌 내년에라도 시 주석이 이번에는 한국을 방문할지 확신할 수 없다. 외교는 상호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번에는 시 주석의 방한 차례라고 하지만 일부에선 이를 너무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령 윤 대통령이 중국을 먼저 찾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방중이 먼저 이뤄진다면 중국이 가질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역이용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한이 먼저라는 답만 고집하다가는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할 키를 우리가 쥘 수 있다면 역발상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다.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보다 실리를 챙기는 외교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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