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9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2·4·5·7·8월에 이은 6회 연속 동결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고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당분간 관망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국채 쇼크로 주식·채권·원화 가치가 동반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데 대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 기조를 8개월째 이어가는 것은 물가가 점차 안정될 만큼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번 동결은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미국의 추가 긴축, 가계부채 등 여러 금리 인상 요인에도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은은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진 만큼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나머지 한 명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유연하게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중동 사태와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가 어렵다”며 “이번 사태가 지역 분쟁을 넘어 더 확산할 것인지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계속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5.5bp(1bp=0.01%포인트)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 4.971%까지 치솟았다. 앞서 전날에도 4.916%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9%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8원 오른 1357.4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90%, 3.07% 내렸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물가 2% 달성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금통위를 다소 매파적으로 평가해 채권 가격의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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