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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오페라·中경극처럼…판소리, 韓 대표음악 만들고파"

채수정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

희로애락 담은 인류 공통 서사시

표준교육안 만들어 대중화 노력하고

외국인 등 판소리 페스티벌 개최

한류 맞아 정부 등 적극 육성 나서야

채수정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이 13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판소리 흥보가를 멋드러지게 부르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판소리가 세계인들에게 오페라(이탈리아), 경극(중국), 가부키(일본)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의 고유명사로 알려졌으면 합니다. 소리꾼으로서 ‘판소리가 판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채수정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은 13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뉴욕의 브로드웨이처럼 외국인들이 판소리 전용 극장을 찾아 흥겹게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며 이같이 말했다. 판소리의 글로벌 혁신 생태계 구축을 꿈꾸는 그는 이달 7일부터 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60명의 국내외 소리꾼들과 20명의 고수가 무려 20시간 릴레이 공연을 벌인 ‘제1회 월드 판소리 페스티벌’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인 그는 “외국인 중 K팝 외에도 판소리와 민요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판소리 가사도 효도와 남녀 간 의리, 형제의 우애 등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어 공감을 받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외국 손님들 중에는 병풍을 두르고 돗자리 위에서 노래하고 북치는 판소리나 민요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류 바람 속에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발돋움할 여건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판소리 유네스코 등재 20주년을 기념한 이번 월드 판소리 페스티벌에는 명창 외에 공모를 통해 다양한 소리꾼이 참여했는데 객석에서도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소리꾼 중에서도 안나 예이츠(독일·영국 복수국적) 서울대 국악과 조교수, 마포 로르(프랑스), 알리셔푸르 마후르(이란) 한예종 전통예술원생, 헤보디얀 크리스티나(아르메니아), 리설 위안(중국) 전남대 국악과 박사과정생이 참여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판소리가 고어·한자·사투리가 많아 어렵지만 인류 공통의 서사시라 빠져든다”고 했다. 채 이사장은 “명창, 인간문화재, 장애인 소리꾼, 아마추어 동호인, 90세 할아버지, 초등학생에 외국인까지 출연료도 받지 않고 계급장 떼고 한 판 어울리는 감동의 무대였다”고 했다.

제1회 월드 판소리 페스티벌에 소리꾼으로 참여한 외국인들.




제1회 월드 판소리 페스티벌에서 인상적인 창을 보여준 장애인 소리꾼들.


한류 바람이 불 때 인생의 희로애락과 삼강오륜, 사랑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음악·문학·연극 형태로 표현되는 판소리를 세계 문화 시장에 적극 선보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그동안 고(故) 김소희·박귀희 명창과 안숙선·신영희 명창 등이 유럽 등 해외에서 판소리를 알렸다”며 “원형을 지키면서도 전통과 현대음악의 공존을 모색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치밴드나 소리꽃가객단처럼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판소리는 구한말 전북 고창의 동리 신재효 선생이 춘향가·심청가·적벽가·흥보가·수궁가 5마당을 집대성했으나 동편제·서편제·중고제 등 각 유파별로 다른 점이 많다. 채 이사장은 “서로 다른 유파와 머리를 맞대고 판소리 5마당과 민요 20곡 중 군데군데 어떤 것을 대표로 내세우는 게 좋은지 협의해 기초·심화 표준교육안을 만들었다”며 “획일성에 대한 우려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각 유파의 고유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판소리 세계화와 대중화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렇게 해야 외국인들이 현지 세종학당과 한국문화원 등에서 판소리 표준교육안에 맞춰 영문 발음기호를 보며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음대 학·석·박사와 경희대 국문학 석사 출신인 그의 ‘전통음악의 르네상스’를 향한 의지는 대학원생 시절인 1990년대 ‘좋은 아침 우리 가락’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 6년여간 활동하며 싹이 텄다. 그는 “국내 판소리 실기 박사 1호인데 작가로 활동하다가 국악을 소개하고 명인 인터뷰를 하며 진행자 역할도 했다”며 “하지만 국악 대중화에 대한 벽을 많이 느꼈다. 방송국도 국악 프로그램을 의무 편성에 맞춰 관성적으로 하는 식이었다”고 술회했다. 이후 20여 년간 전국 대학에서 시간 강사 생활을 하다가 한예종에 터를 잡은 뒤 판소리 세계화, 연구개발, 인재 양성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세계판소리협회를 만들었다. 그동안 허태수 GS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김상철 한컴 회장, 혜거대종사 등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탰다.

채수정 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이 판소리 5마당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이 활동한 고창에서 받은 명예 고창군민증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명예 고창군민인 채 이사장은 “정부와 학교에서 10~20년 비전을 갖고 판소리를 키워야 한다”면서 “신재효 선생이 사재를 들여 무려 50여 개 동의 건물에서 교육생을 키웠듯 세계판소리협회도 그런 판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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