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성별정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지난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성별인정법안)’ 대표 발의를 예고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1998년 미국에서 혐오 범죄로 살해당한 리타 헤스터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장 의원은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정정을 희망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되지 못했다"며 "엄격한 인정 기준 및 절차, 법원과 법관에 따라 (성별정정 여부가) 달라지는 비일관성이 존재했다.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존엄을 위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이 발의를 예고한 성별인정법안은 법원이 성별 정정 신청자에게 성별 확정 수술을 포함한 의료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인 여부나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성별 정체성에 따라 성별의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성년자가 이를 신청할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다만 법정대리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거나 법정대리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이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면, 가정법원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심리를 거쳐 성별의 법적 인정 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신청하면서 개명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 트랜스젠더 등 성별 인정 기준을 마련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우리나라 각급 법원은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근거로 성별정정 신청자에게 외부 성기 성형 수술 및 생식능력 제거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참고사항이지만, 대부분 법원에서는 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 의원은 “젠더 이분법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위해 21대 국회가 해내야 할 일이 바로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롯해 원내 정당 모두가 더 이상 트랜스젠더 시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이 법안의 논의에 함께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수술 등 외과적 처치로 판단하는 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과 관련한 요건, 절차, 방법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