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경쟁업체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14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을 걷어 내고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달 13일 미국 매뉴팩처링 리소시스 인터내셔널(MRI)이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상대로 제기한 사이니지 특허 침해 제소 건에 대해 “위반 사실이 없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MRI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거나 문제 제기한 제품에 사용된 기술이 특허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종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결과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어 사실상 삼성전자의 승소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특허 관련 위반 사실이 없다는 ITC의 예비 결정을 환영한다”며 “최종 결정에서도 예비 결정이 유지될 것을 자신한다”고 전했다.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MRI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사이니지 디스플레이에 사용한 냉각 시스템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특허·상표를 침해한 제품은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관세법 337조 위반 혐의로 지난해 삼성을 ITC에 제소했다. ITC는 같은 해 9월 조사를 착수하고 삼성의 특허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두고 실외용 사이니지를 제조하는 MRI는 미국에서 약 35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RI의 문제 제기가 글로벌 1위로 미국 사이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지 업체의 견제에 맞서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 12월 MRI를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 부품 관련 특허 침해 혐의로 ITC에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승소와 함께 미국 내 사이니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8년 197억 8000만 달러(약 26조 원)에서 2026년 359억 4000만 달러(약 4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2009년 사이니지 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래 14년 연속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31.1%다. 업계 2위는 LG전자로 두 회사가 전체 점유율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업계에서 다방면의 견제에 직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 분쟁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ITC에 제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특허관리전문회사(NPE) 이볼브드 와이어리스의 특허 침해 소송도 승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미국 반도체 회사 넷리스트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며 4000억 원 가량의 배상 위기에 몰렸지만 항소법원에서 원심 파기 결정을 유도하며 사건을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넷리스트를 상대로 분쟁 대상이 된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10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며 반격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에는 합의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주고 사건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특허 침해 사건이 제기되면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