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나은 직장이라는 대기업을 다니더라도 근로시간이 길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청년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는 대기업 취업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경향이 짙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일자리 양극화가 심하고 비정규직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2일 박주상 지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정책연구'에서 발표한 청년 임금노동자와 행복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에는 이 같은 결과가 담겼다.
논문은 주 15시간 미만부터 주 52시간 초과까지 4단계의 근로시간 형태별로 청년이 느끼는 행복감(직무만족도, 삶의만족도, 개인행복도)을 분석한 결과 근로시간이 길수록 행복감이 낮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1만8081명 분석 대상 청년이 상대적으로 나은 환경과 근로여건 아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28.1%는 부모 소득이 월 500만원 이상이었다. 67.2%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41.9%는 학교가 수도권에 있었다. 55.5%는 수도권 직장에서, 71.6%는 정규직으로 일했다. 41.1%는 근로자 300인 이상인 대기업 직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근로시간은 평균 44.62시간으로 중소기업(36.12시간) 보다 길었다. 그 결과 소기업과 중기업 청년 보다 대기업 청년의 행복 수준이 더 낮은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비정규직군으로만 분석했을 때 정규직군 분석과 달리 대기업은 청년들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인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가 100을 벌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40~50을 벌 정도다. 박 연구위원은 "정규직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비정규직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규직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국제 수준에 맞게 해결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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