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개별적으로 만남을 요청한 데 대해 금융 당국이 “적절치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태영그룹의 면담 요청을 받은 각 금융지주 역시 난색을 표하며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에둘러 거절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에 회장과의 개별 면담을 요청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개시하려면 11일 제1차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액 기준 75%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90세의 윤 창업회장이 11일 전까지 직접 각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태영그룹의 행보에 불쾌한 기색을 여과 없이 내비쳤다. 태영그룹이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채권단에 내놓은 네 가지 자구안부터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자구안을 갖고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면담 요청을 받은 금융지주들 역시 난색을 표하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 금융지주는 태영그룹에 “회장님 일정이 안 맞는다”며 윤 창업회장의 요청을 에둘러 거절했다. 당초 8일 면담 일정을 잡은 한 금융지주는 “일정을 잡기는 했지만 내부에서 고민 중”이라며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귀띔했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면담이 어렵다고 답했고 다른 금융지주 역시 거절할 명분을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주말까지 새 자구안을 가져오라는 최후통첩을 했는데도 태영그룹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만큼 윤 창업회장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윤 창업회장이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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