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의 B2B 쇼핑 플랫폼 '1688닷컴'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국내 e커머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초저가 공세에 밀리는 상황에서 1688닷컴까지 진출할 경우 중국 업체들에 ‘안방’을 내주게 생겼다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르면 이달 알리와는 별도로 1688닷컴 한국어 서비스를 오픈한다. 도매업자를 대상으로 일반 소매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1688닷컴은 알리·테무보다도 제품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688닷컴이 국내에 문을 열면 네이버쇼핑과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의 오픈 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러 상당수는 현재 중국 1688닷컴 등에서 싸게 물건을 떼와 국내 오픈 마켓에서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있다. 1688닷컴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셀러가 남기는 이익만큼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셀러가 무너지면 오픈 마켓은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오픈 마켓 시장 점유율 42.4%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쇼핑의 거래 금액은 35조 원이다. 대부분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에도 오픈 마켓 거래 금액이 13조 1000억 원에 달한다.
e커머스는 1688닷컴이 ‘극초저가’를 무기로 B2C 사업을 벌일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688닷컷에 들어가보면 최소 주문 수량(MOQ)이 명시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MOQ가 없다는 얘기는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e커머스 업계는 뾰족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테무를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1688닷컴은 도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입법은 e커머스 업계의 총·칼을 다 빼앗은 뒤 전쟁터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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