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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애플 본사 때려치고…한국 신생 회사에 입사한 외국인들

■외국인 채용 늘리는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진출·파트너사 확보 도움

BMW가 고객사인 서울로보틱스

엔지니어도 외국인력 비중 높아

사우디 네옴시티 진출 '뉴빌리티'

독보적 기술력에 외국 인재 몰려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글로벌 탤런트 페어’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기업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인재 채용으로 눈을 돌리는 벤처·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개발 직군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고스펙 인재 영입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의 외국인 채용 공고 건수는 4351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채용 공고를 올린 곳은 대부분 벤처·스타트업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대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등 고급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영업·마케팅과 연구개발 업무 등을 담당할 외국인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 인력 비자(E-1~E-7)를 받고 한국에서 취업한 외국인은 4만 6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5000명 증가했다. 전문 인력 비자는 석사 이상 학위자나 연관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발급된다.

전체 직원 중 80%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리어의 이창현 대표는 “애플과 구글 등에서 근무 경력이 있는 해외 인재들을 영입해 한국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항공사와 호텔 등이 주요 고객사인 만큼 해외 인재 채용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항공권·호텔·투어 예약 등 여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글로벌리어는 전체 임직원 20명 중 16명이 외국인이다. 카자흐스탄·스페인·핀란드·프랑스·중국·미국 등 국적도 제각각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구글과 애플 본사를 비롯해 항공 예약·판매 시스템 분야 글로벌 1위 회사인 아마데우스 등에서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보낸 이들이 상당수다. 이창현 글로벌리어 대표는 “고객사의 80~90%가 해외 기업이고 국내에서 찾기 힘든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직원들이 늘어났다”며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비자 처리 절차는 전담 변호사를 통해서 100% 대행하고 있다. 이사 비용 지원, 거주 장소 물색 등 회사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복지도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스타트업계에 따르면 글로벌리어처럼 해외에서 고스펙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인재를 단순히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본 투 글로벌(born to glabal)’을 지향하고 전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대기업 등을 고객사나 파트너사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외국인 인재 수요도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HR테크 원티드랩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글로벌 마케터 공고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증가했다. 김진현 원티드랩 글로벌사업리드(총괄)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제품 현지화 작업과 글로벌 마케팅 등을 담당할 외국인 채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2차전지·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는 당장 국내에서도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외국 인력으로 대체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BMW를 고객사로 둔 서울로보틱스가 대표적 사례다. 산업용 자율주행 기업인 서울로보틱스의 임직원 55명 중 20명은 외국인이다. 특히 회사의 핵심 부서인 엔지니어 부문은 30여 명의 직원 중 약 40%가 외국인이다. 이들은 독일뮌헨공대(TUM),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스웨덴 왕립공과대(KTH)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과대학 출신들이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전 세계에서 영어 구사가 가능한 인재라면 누구나 채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고객사인 BMW에서 경영진뿐만 아니라 엔지니어까지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인력 비중이 높다 보니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면이 많다. BMW로부터 계약을 따내고 현재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C 레벨에 영입하는 사례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고 말한다. AI 기반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스트라드비전에 입사한 필립 비달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테슬라에서 모델3에 대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개발을 담당하는 글로벌팀의 리더를 지냈다. 모델3의 대표적 수익 창출 지역인 유럽·중국·멕시코 등에서 성공적인 출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비달 CBO는 입사 배경과 관련해 “전략적 이니셔티브 추진 등 최첨단 기술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글로벌 탤런트 페어’에서 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기업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업계에서는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려는 흐름은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마케팅·채용 등 그간 한국인의 전담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무에서도 외국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 뉴빌리티는 로보틱스 분야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뉴빌리티의 임직원 수는 약 110명으로 2021년(37명)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로봇 하드웨어, 자율주행 기술, 로봇 제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부문에서 대거 채용이 이뤄졌다. 이 중에는 인도와 프랑스 대학 출신 연구자도 있다.

뉴빌리티의 외국인 직원들은 기술 잠재력, 글로벌 확장성, 유연한 근무환경 등을 취업 이유로 꼽았다. 해외에서도 아직 무주공산인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분야를 한국의 신생 회사가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뉴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개발할 기회와 글로벌 확장성을 보유한 점이 외국인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한 셈이다.

누트컴퍼니는 ‘위버딩’ 서비스의 해외 시장 현지화를 위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매니저로 태국 국적의 직원을 채용했다. 위버딩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디지털 문방구 서비스로 필기와 스케쥴러 및 다이어리 작성, 드로잉 등을 위한 서식부터 스티커 이미지, 브러쉬 파일 등 다양한 디지털 문구 콘텐츠를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미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뉴질랜드 등 28개국의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입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다. 태국 시장을 대상으로 위버딩을 알리고, 현지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영입하는 업무를 통해 태국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쌓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퓨처플레이는 아프리카 부룬디와 인도 출신 개발자를 채용했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실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추천을 받기도 하고, 한국에 취업을 원하는 해외 인재를 영입하기도 했다"며 "글로벌 인재들도 한국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을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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