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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300개 만한 쓰레기 매립장, 가스로 하루 1억씩 번다

인천 수도권매립지, 매립가스 모아 재생에너지로

침출수 처리 특허도…조경·도로용수 등으로 재활용

2026년 매립 종료…인식 개선 위한 인센티브 필요

침출수 및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로 난방을 하는 양묘온실. /이하 사진=마주영기자




‘쓰레기 매립지’하면 보통 악취가 나고 벌레가 끓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28일 지구용의 망고 객원 에디터가 찾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수도권 66개 시군구 중 64곳의 쓰레기가 이 곳으로 모이지만, ‘쓰레기 산'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야산에 온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무려 축구장 2300개 만한 크기의 매립장 한 켠에는 로즈마리, 다육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온실도 있습니다. 침출수 및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로 난방을 하는 온실입니다.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인 제3 매립장에서는 구리색 파이프가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가스를 포집하는 가스포집관로입니다. 가스포집관로가 모은 가스는 매립가스 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로 재탄생합니다. 이처럼 수도권매립공사는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쓰레기와 매립지는 단순히 버려지는 것, 버리는 곳이 아니라 소중한 재생 자원이 됩니다.

매립가스 모으면…승용차 340만대 1년 배출량


매립이 종료된 제2 매립장에서 보이는 제3 매립장과 가스포집관로의 모습.


쓰레기는 썩으면서 가스(매립가스)와 물(침출수) 등을 배출합니다. 포집관로가 모은 매립가스가 파이프를 타고 발전소로 향하면, 발전소는 매립가스로 시간당 5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전 세계 매립가스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로, 전기를 팔아서 얻는 수익만 하루 1억 원에 달합니다. 매립가스 포집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온실가스인 매립가스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입니다. 박영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견학담당 과장님은 “승용차 340만 대가 1년 배출하는 양을 절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밖에 침출수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찌꺼기)는 석탄 같은 보조연료로 바꿔 서부발전소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바이오가스는 하수슬러지를 보조연료로 만드는 시설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하는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야산처럼 보이는 수도권매립지의 풍경.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술이 필요합니다. 공사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물(침출수)이 땅속으로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 바닥에 큰 접시처럼 생긴 차수시설을 설치합니다. 그렇게 차수시설로 모인 침출수는 파이프를 타고 처리장으로 이동합니다. 공사는 침출수를 비롯해 폐수의 오염도를 빠르게 줄이는 특허도 냈습니다. 탈질·질산화조에서 폐수 내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반응을 극대화하는 기술인데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폐수의 오염도가 90% 가까이 제거된다고 합니다. 약품 처리까지 끝나면 폐수의 오염도는 정부가 정한 기준의 1/4~1/1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렇게 정화된 폐수 일부는 조경용수, 도로용수로 쓰입니다. 침출수 일부는 매립가스 발전소의 냉각수로도 쓰일 예정입니다.

이용 끝낸 매립지, 골프장·공원으로


수도권매립지의 폐수 처리 시설. 이곳에서 방출되는 폐수는 오염도가 90% 가까이 제거된 상태다.


남은 폐기물은 매립지에 묻힙니다. 쓰레기를 5m(쓰레기 3.5m+흙 50cm 등)씩 8단에 걸쳐 총 40m 가량 묻으면 매립이 끝납니다. 수도권매립지가 여의도의 5.5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인 만큼, 매립이 종료된 곳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1992년 2월부터 2000년 1월까지 6400만 톤의 폐기물을 매립한 뒤 ‘드림파크 골프장’으로 변신한 제1 매립장이 대표적입니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연간 16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 있는 시설입니다. 제1 매립장과 마찬가지로 매립이 종료된 제2 매립장은 ‘드림파크 공원’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매립지가 안전한 공원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중금속 폐기물은 따로 검사를 거친 뒤 매립하고 있습니다.

드림파크 골프장 전경. /사진=드림파크 컨트리클럽


쓰레기를 알뜰하게 다시 쓰는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환경성과 평가보고서’에 모범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쓰레기의 악영향을 줄이고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안전하다고 소문이 나 해외 관계자들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수도권매립지는 오는 2026년부터 쓰레기 매립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이용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2021년 1월과 5월에 정부가 대체매립지 공모를 진행했지만 지방자치단체 중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라서입니다. 주민들의 인식을 바꿀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인센티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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