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엔씨소프트는 권고사직과 자회사 분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권고사직의 대상자는 인사평가에서 ‘중’ 등급을 3번 이상 받은 40세 이상 직원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권고사직과 분사 등을 통해 직원 수를 500명가량 감원할 계획이다. 직원 A씨(32)는 “회사 성장을 함께 했던 선배들이 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착잡해하고 있다"면서 “남은 직원들도 지금껏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성장 정체에 접어든 게임업계가 군살빼기에 나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게임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조직과 인력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연말까지 전체 인력 중 10%를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엔씨소프트의 전체 직원 수는 5023명인데, 이를 4000명대 중후반까지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고정비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권고사직을 단행할 것이고 여러 기능을 분사해 본사 인원을 올해 말까지 4000명대 중반으로 줄여나갈 것”이라며 “모든 인력을 동결시키고 중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경우 아웃소싱(외주)을 통해 인원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컴투스·데브시스터즈·라인게임즈 등이 올해 이미 인력을 감축했거나 줄일 예정이다. 앞서 컴투스는 두 자릿수 규모의 권고사직을 단행했으며 데브시스터즈는 게임 ‘브릭시티’의 개발 인원을 감축했다. 글로벌 게임사들의 한국 지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4월에는 유비소프트가 한국 지사 철수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배경으로 코로나19 당시 황금기를 맞은 게임사들이 급하게 인력을 늘린 것에 대한 역풍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매출 기준 국내 8대 게임사(넥슨·넷마블·엔씨·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웹젠·네오위즈)의 직원 수는 7927명에서 1만 1452명으로 3525명(44.4%) 증가했다. 동시에 인건비도 2019년 6129억 원에서 지난해 1조 806억 원으로 4677억 원(76.3%) 급증했다. 전체 인원이 증가한 데다 해당 기간 동안 게임사들의 외연 확장으로 개발자 품귀 현상이 이어지며 이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주요 게임사들의 직원 수와 인건비 증가 기조는 지난해까지도 이어졌다. 2019년 당시 상장하지 않았던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를 포함한 10대 게임사의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 3490명으로, 전년도(1만 3097명) 대비 393명(3.0%) 늘었다. 같은 기간 인건비도 1조 2567억 원에서 1조 3006억 원으로 3.4%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게임업계의 조직 슬림화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 게임사들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게임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역성장에 접어들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 7900억 원으로, 10년 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게임사들도 이를 인식하고 지식재산권(IP) 확보와 퍼블리싱 확대,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넷마블이 올해 ‘레이븐2’ 등 대형 신작 출시로 실적 개선에 나선 가운데 크래프톤도 해외 유망 IP를 확보하고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11개의 신작을 출시하는 동시에 대만 등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TL)’ 글로벌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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