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가 올 들어서만 121% 급등하고 있는 와중에 엔비디아 주가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월스트리트 큰손들이 하나둘 엔비디아 정점론을 언급하고 미국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과점을 깨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 가세하자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다만 AI 대장주로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확고한 만큼 인버스 ETF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올 5월 5주 차(27~31일) 동안 엔비디아 주가 하락장에서 2배 수익률을 지급하는 ‘티렉스 2배 인버스 엔비디아(NVDQ)’ ETF를 880만 달러어치(약 122억 원)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2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위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 지난달 1주~4주차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주가 급등 속 꾸준히 제기되던 엔비디아 정점론은 빅테크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자 힘을 얻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구글·AMD 등 미국 빅테크 8곳이 엔비디아 과점을 깨기 위해 ‘반엔비디아 AI 칩 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AMD의 매출 총이익률 전망치는 올해 53%에서 2027년 58%로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엔비디아 주가 상승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생성형 AI 반도체 칩 공급 대비 초과 수요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적어도 내년까지 엔비디아의 가파른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AMD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는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로 인식될 만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강고한 상태다. 유중호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장기 이익 성장성, 높은 점유율 등을 감안할 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상대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액면분할을 앞두고 나타났던 오버슈팅(일시적 주가 급등)에 의한 단기 차익 실현으로 판단한다”며 “엔비디아 인버스 투자를 단기가 아닌 장기로 가져가기에는 위험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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