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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기업의 정치 이해 실패 교과서"

한달전 CFIUS가 '美안보 위험" 전달

경고불구 상황 낙관하며 인수고수해

협상초 노조면담 거부→반대 부닥쳐

대선 경합주에 공장→정치권도 반대

일본제철이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의 펜실베이니아주 공장/AP연합뉴스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한 달 전 미국 심사 당국이 국가 안보 침해를 이유로 우려 의견을 전달했으나 양사 경영진이 협상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전해진 가운데 이번 거래를 두고 ‘기업이 정치를 못 읽은 대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은 인수 협상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1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일본제철, US스틸 경영진에 ‘이번 인수로 인한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험을 확인했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미 한 달도 전에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CFIUS 측은 “이 거래로 미국의 철강 생산 능력이 감소해 운송 및 인프라와 같은 중요 산업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로이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의 인수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CFIUS의 경고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노동조합과 미국 정치인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일본제철에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인수 의지를 꺾지 않고, 오히려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CFIUS로부터 우려를 전달받은 뒤 같은 달 18일 미국 관계 부처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제철과 US스틸 경영진은 CFIUS에 US스틸의 어려운 현 사업 상황을 언급하며 일본제철 투자를 통한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소식통은 “그들(일본제철·US스틸 경영진)은 자신들의 말이 받아들여졌다고 느끼며 회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일본제철 측 협상을 맡은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회장도 지난달 2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노조와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 계획을 말하며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될 것이다”, “CFIUS 및 다른 규제 당국과 대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뒤 일본제철은 US스틸의 노후시설 개선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낙관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협상 초기 노조 배제 시도도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1월 US스틸에 전미철강노조(USW)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US스틸 측은 노조와의 면담이 경쟁입찰 절차의 비밀 유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거절했고, 12월 양사의 인수 협상이 공개되자 USW의 데이비드 맥콜 회장(위원장)은 노조 배제와 ‘외국 자본으로의 매각’을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USW는 미국 정부에 이 거래가 국가 안보와 근로자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는데, 이는 US스틸 공장이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핵심 경합주(펜실베이니아)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이슈로 확산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를 공식적으로 주장했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최근 “US스틸은 미국 소유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후보 교체 전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의 기업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의 무역 관료를 지낸 유라시아그룹의 데이비드 볼링은 “이 거래는 기업이 어떻게 정치를 이해하는 데 실패한 ‘교과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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