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 대기업들이 중국산 상품 발주를 일부 재개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유통망 붕괴로 빈 매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다시 중국 공급업체에 손을 내민 것이다.
CNN은 29일(현지시간) 중국 내 복수의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월마트와 타깃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중단했던 중국산 제품 주문을 최근 일부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물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 업체들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안후이성에서 장난감을 제조하는 한 업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월마트 측의 발주가 지난주부터 재개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매장에 재고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세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소비자 구매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장성에서 수영용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공급업체는 타깃이 최근 2주간 중단했던 주문을 28일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달 내로 미국 매장 매대가 비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할인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코스트코와 샘스클럽 등 다른 업체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 중이다.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각각 무역박람회 및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월마트가 일부 중국 공급업체와의 거래를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 같은 움직임이 유통업체들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사전 재고 확보에 나선 조치로 풀이되며, 이는 미국 소비재 산업뿐 아니라 수천 개 중국 제조업체의 생존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소매업체들은 연말 쇼핑 시즌을 대비해 여름부터 상품을 생산하고 선적에 들어간다. 관세 여파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생기면 연말 쇼핑 시즌에도 실적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유통 기업들은 관세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해 왔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유통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관세전쟁이 계속되면 매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며, 장난감과 저가 의류를 포함한 소비재 품목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마이클 하트 회장은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자국 정부와 협의해 전략적인 품목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대체 가능한 공급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 이런 주문 재개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담요와 쿠션을 수출해온 한 중국 공급업체 대표는 CNN 인터뷰에서 “이달 초 고객사의 주문이 중단됐고, 앞으로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특히 중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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