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 원을 받고 삼성전자가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일당이 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전 SK 직원도 최근 구속돼 조만간 기소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반도체 자립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중국이 국내 기술을 빼가는 숫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 핵심 기술 국외 유출) 등 혐의로 지난 2일 전 씨를 구속 기소했다. 전 씨는 삼성전자가 약 1조 6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D램 공정 국가 핵심 기술을 부정하게 취득하고 사용한 혐의다. 전 씨는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로부터 계약 인센티브 3억 원과 스톡옵션 3억 원 등 6년 동안 29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취득 후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김 씨를 구속 기소한 사안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혐의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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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는 김 씨와 함께 CXMT가 세운 위장 회사인 A사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가 먼저 옮기고 전 씨가 따라 이직했다. A사는 CXMT가 중국 현지에 세운 위장 업체다. 삼성전자를 떠나 곧바로 CXMT로 이직할 경우 기술 유출 의심을 피하기 위한 꿍꿍이였다. 이들은 A사로 회사를 옮긴 듯 꾸미고 인재를 영입해 국가 핵심 기술인 18㎚(나노·10억분의 1m)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무단 유출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전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첨단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유출하려던 SK하이닉스 직원 D씨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던 D 씨는 2022년 회사의 반도체 제조 관련 첨단기술 자료 등 100여 개의 영업비밀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유출된 기술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술은 아니지만 중국이 탐내고 있던 제조 기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유출된 기술이 중국 경쟁사에 실제 적용돼 쓰이고 있는지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올 1월 D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기술 유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이 같은 한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사례는 최근 수년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기술 유출 사건 검거 건수는 역대 최대치인 27건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전체의 74%나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검거된 27건 중 11건은 국가 핵심기술에 대한 해외 유출 사건이었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은 2021년 1건, 2022년 4건, 2023년 2건 등 한 자릿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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