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산업 지형이 뒤바뀌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AI 딥테크(심층 기술) 기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대규모 투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계 유수의 AI 스타트업은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국내 다수 기업은 ‘투자 혹한기’에 가로막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는 8일 열린 제13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심층 기술을 개발하려면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몇 번에 걸쳐 받아 인재를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몰두해야 한다”며 “기술을 개발한 뒤에도 시장에 본격 진입해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국내에는 이 과정을 지원할 만한 투자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출신인 김 대표가 2022년 서울에서 설립한 망고부스트는 현재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망고부스트는 AI 서버 인프라의 효율을 높이는 서버최적화가속기(DPU)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국 AMD·인텔을 비롯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오픈AI의 GPT 모델과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려면 AI 데이터센터에서 다수의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유기적으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연산·추론·저장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DPU는 장치 간 연결을 매끄럽게 만들어 서버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효과를 낸다.
망고부스트는 2023년 5500만 달러(약 769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4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AI 코딩 언어인 ‘쿠다’와 자체 통신 기술로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이에 대항하는 연합 전선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주목됐다. AMD가 개발한 GPU의 경우 그 자체로는 엔비디아 제품 성능에 필적하지만 여러 개가 군집해 있어 작동할 때는 효율이 떨어진다. 데이터센터 서버 내에서 각 장치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DPU 기술은 개발 난도가 높아 관련 기업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기초과학이나 창업 생태계 수준이 빈약한 편”이라며 “소위 ‘대박’을 치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생겨야 도전 정신을 가진 인재가 미래 산업에 몸담아 산업 경쟁력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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