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세수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재정적자와 고물가,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부자 증세를 추진하거나 감세 공약을 철회하는 등 재원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고 소득세율 구간을 현행 37%에서 39.6%로 높일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개인 소득 250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소득 500만 달러 이상인 초고소득층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월가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 등 투자 매니저들이 운영 성과로 얻는 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받는 성과 보수(캐리드 수익)는 근로소득이 아니라 투자 수익으로 간주돼 근로소득세(최고 37%)보다 낮은 세율(약 20%)을 적용받고 있다.
부동산 재벌이자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자산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부자 증세’에 나서는 것은 감세 정책 연장을 위한 재원 부족과 이에 따른 여론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최고 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은 공화당이 트럼프의 2017년 세금 인하를 영구화하고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비과세 등 그의 선거 공약이 시행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세금 인상은 공화당의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 데다 공화당 고위 관계자들이 부유층 가구에 대한 세금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아서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도 그간 검토해 오던 ‘소비세 감세’ 카드를 보류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초당적인 식료품 등 소비세 감세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 여당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8일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과 만나 소비세 감세 정책을 보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야당은 소비세 감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식품 소비세율을 0%로 낮추는 방안을 선거 공약에 포함할 방침이고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도 소비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현행 소비세율은 10%이며 일부 상품에 한해 8%가 적용된다. 소비세는 연금과 의료 등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되는데 감세를 시행할 경우 세수가 최대 10조 엔(약 97조 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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