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산업용 전력 판매가 3% 넘게 감소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전쟁의 여파로 철강·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기업들이 공장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6만 9993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했다. 산업용 전력 판매량이 7만 GWh를 밑돈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상 셧다운 조치가 내려진 2020년 2분기(6만 6488GWh)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이 발달한 한국은 산업용 전력 판매가 전체 전력 판매의 절반을 차지한다. 산업용 전력 판매가 줄면서 전체 전력 판매 역시 0.5% 감소했다. 전기화 시대를 맞아 가정용과 일반용 등 나머지 용도의 전력 판매가 일제히 늘어나는 동안 산업용 전력 판매가 나 홀로 감소한 것이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발생해 자발적으로 조업을 중단한 곳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연도별 1분기 산업용 전력 판매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추이를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쇼크로 2020년에 -2.3% 급감한 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3%, 4.3%씩 늘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올해 감소 폭은 유달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굉장히 좋지 않은 신호”라고 강조했다.
실제 산업용 전력 판매는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별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내리 5개월째 줄고 있다. 그 이면에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 배 이상 더 올린 포퓰리즘 요금 인상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 단가는 2022년 1분기 ㎾h당 108.1원에서 2025년 1분기 182.8원으로 69.1% 뛰었다. 유 교수는 “단기간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빠르게 올려 한국산의 수출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수록 기업들의 체감 전기요금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부하기인 심야에 싸고 피크 시간대인 대낮에 비싸게 책정돼 있는데, 기업들은 야간 수당 등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라도 야간 조업을 줄일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이다.
이에 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실제 수요에 맞는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선과 산업용 전기 기본요금 부과 방식 개선 등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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