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일체형(올인원) 세탁건조기를 놓고 맞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세탁건조기는 버튼 한 번으로 건조까지 끝내는 편리함으로 불황 속 가전 시장의 ‘단비’로 여겨지는 제품이다.
15일 유통 업계와 시장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에서 올 3월 말 삼성전자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70%를 돌파하며 지난해(60% 중반)보다 LG전자와 격차를 더 벌렸다. LG전자는 외부 기관 조사에 LG베스트샵 판매치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사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백색가전에서 전통적으로 LG전자가 우세했던 점을 고려할 때 세탁건조기 결투에서는 삼성이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버튼 한 번으로 건조까지 끝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업계에서 ‘꿈의 가전’으로 불린다. 삼성과 LG 모두 지난해 2월 처음 출시했는데 가전 시장 침체기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는 점에서 양 사 모두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출시 시기는 비슷하지만 원조는 LG다. LG전자는 2016년 북미와 유럽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비슷한 콘셉트의 가전을 일찍이 판매했다. 이후 2023년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양 사 모두 지금 형태의 올인원 세탁건조기 실물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원조의 아성에 대적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경쟁력이다. LG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는 출고 가격이 449만 원, 프리미엄 버전인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무려 690만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399만 9000원이다.
삼성 제품은 10% 이상 싼데도 성능 면에서 밀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올 2월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삼성 제품은 세탁·건조 시간이 LG 제품보다 10~22분 짧고 전력 소비량도 적어 연간 전기료 9000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 성능을 의미하는 세탁 후 반사율은 LG전자 제품이 51%로 삼성전자보다 3%포인트 높아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출시 2년 차를 맞는 올해 양 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편리함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며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빠르게 성장해서다. e커머스 전문 기업 커넥트웨이브에 따르면 올인원 세탁건조기의 거래액 점유율은 제품 출시 4개월 만에 16.2%를 기록하며 일반 세탁기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기세를 잇기 위해 올 3월 건조 용량을 늘린 신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연내 신제품을 공개해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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