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화폐 기반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농촌 등 취약 계층의 화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달 14일 ‘2025년 상반기 화폐 유통 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현금 유통 관련 산업의 경영 여건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8일 밝혔다. 김기원 한은 발권국장은 “최근 현금 사용 감소세 지속으로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저하되고 화폐 유통 관련 기관의 경영상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전체 지급·결제 건수 중 현금 사용 비율은 15.9%에 그쳤다. 2017년 36.1% 수준이던 현금 사용 비율이 불과 6년 만에 10%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화폐 발행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97조 원이다. 2023년 4분기 이후 5만 원권을 중심으로 순발행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가치 저장 목적의 5만 원권 화폐 수요가 늘었을 뿐 실제 거래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저액권 수요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또한 주화의 경우 2020년 이후 순환수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폐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민간 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현금 수송 업체와 비금융 ATM 운영사 등은 “현금 취급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로 정책적 지원 없이는 지속이 어렵다”며 “수년간 동결된 ATM 수수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방과 농어촌 등 현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지원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협의회 참석자들은 은행 점포 축소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편의점 ATM이나 금융기관 공동 ATM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위험 회피 성향도 높아 현금 고사용국인 일본이나 독일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 사용 감소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접근성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화폐 유통 인프라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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