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온 미국 정부의 정책이 ‘오판(Wrong)’이라다고 규정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해 반색하며 올해 500억 달러(약 70조 원)까지 성장할 AI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이 예전의 리더십을 가져올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 AI 연구자 50%가 몰려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 민관이 전속력으로 질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CEO는 21일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가 열리고 있는 대만 타이페이의 한 호텔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가지고 자사 AI 기술과 향후 회사 운영 전략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오판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 대목에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에 동행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미국 정책을 지적하는 등 거침이 없었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H20 제품의 중국 선적 금지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많은 반도체 회사의 매출보다 큰 규모”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엔비디아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떨어뜨린 H20 칩의 중국 수출마저 제한했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 정부는 H100 등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용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시작했고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인 올해 1월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폐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는 데 대해서는 반색했다. 황 CEO는 “중국은 전세계 50%의 AI 연구자들이 몰려있고 전세계 AI 연구자들의 선물과도 같은 딥시크의 모델도 우리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며 “수출 제한은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줬고 그 사이 우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5%에서 50%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환이 올바른 타이밍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전세계의 투자가 아직 초입 단계며 대세가 되고 있는 추론형 AI는 각 국과 각 기업의 컴퓨팅 인프라 수요를 폭증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CEO는 “지금까지 AI 모델은 한번 질문에 한번 답하는 원샷(One shot) 형태였다면 지금은 사전 학습된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모델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검색하는 추론형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론형 AI는 컴퓨터 연산의 필요량을 1000배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앞서 19일 컴퓨텍스 2025 기조 연설에서도 AI 인프라는 전기와 인터넷을 이을 인프라며 각 국과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는 극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리고 미국이 전 세계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AI 확산을 극대화하고 속도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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