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브라질 닭 수급 대책으로 ‘지역화’를 꺼내 들었지만 국가 간 협상이 당장 타결되기 힘들어 공급난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브라질 닭 수입 금지에 따른 수급 대책으로 AI 미발생 지역산 닭고기 수입 허용, 닭고기 국내 생산 확대, 업계 재고 물량 방출 독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화는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닭고기에 대해 수입을 허용하기 위한 국가 간 검역 협상이다. 현재는 이달 16일 브라질의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 AI 발생이 보고되면서 브라질 전역에서 생산되는 닭고기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지역화 협상은 품목별 협상과 동일하게 8단계의 수입 위험 분석 단계를 거쳐야 한다. 브라질과 한국 간의 닭고기 지역화 수입 협상은 8단계 중 5단계에 와 있다. 향후 남은 단계가 완료되기까지 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산 자몽의 경우 5단계 협상을 통과한 뒤 3개월 뒤에야 검역 협상이 최종 타결된 바 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빠르게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할당관세는 브라질 닭 대책에서 제외됐다”며 “지역화는 적용 시점을 예상할 수 없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는 사이 닭고기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프랜차이즈에 공급되는 육계 도매 가격은 1㎏당 3779원으로 전년 동월(3331원) 대비 13.4% 올랐다. 대규모 점포에 공급되는 육계도 1㎏에 4622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월(4325원)보다 6.8% 인상됐다.
브라질 닭 수입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발생일로부터 28일간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한다. 아직까지 브라질에서 첫 AI 발생이 보고된 이달 16일 이후 추가 발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만 운송 기간이 30~40여 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60~70일간은 브라질 닭이 국내에 공급되기 힘들다. 추가 AI가 또 발생할 경우 브라질 닭 공급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브라질과의 지역화 협상은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내용”이라며 “다만 상대국의 상황에 따라 협상에 걸리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