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저성장 흐름이 나타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0%대의 낮은 성장률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의한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와 같은 국내 주력 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리고, 미래 혁신성장 동력인 AI 혁신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들은 경제성장 멈춤에 대한 불안감을 높인다.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챗GPT는 불과 2년 만에 초기의 경이로움 단계에서 사용자가 5억 명에 이를 만큼 성장하고 있다. AI 발전에 필요한 기반 기술인 AI 반도체나 대규모 데이터 처리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혁신 산업들이 움트고 있다. 로보택시, 휴먼로봇 등 새로운 개념의 기술혁신이 가시화되고 있고 특히 로보택시는 이미 상용화단계에 접어들어 새로운 이동혁신 서비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로보택시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 레벨 4의 기술을 탑재하고 운행되는 이동수단이다.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 수천 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이미 기술혁신과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Waymo)는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운행서비스 중이며 테슬라는 운전대와 패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Baidu Apollo Go)가 베이징, 우한 등 10개 도시에서 유료 서비스 운행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세계 주요 도시들로 운행 범위를 넓히는 경쟁을 이미 시작했다.
AI 기반 로보택시의 상용화에는 핵심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기술에 도시 인프라 구축, 규제 완화 등 관련 제도 및 법제 정비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기존 자동차 산업 및 고용구조의 대개편을 유발해 산업 전환에 따른 대응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소유에서 공유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자동차산업의 속성이 바뀌고 그에 따른 고용구조의 대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운전 직종 수요 감소와 소프트웨어 중심 고용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시장 혼란과 갈등을 조정할 재교육제도 및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로보택시의 혁신경쟁력은 미중 선두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로보택시용 전기차 제공 및 운행 서비스 실시가 예정되어 있고 일부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핵심기술과 운영 플랫폼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이다. 특히 국내 자율주행시스템은 일부 지역(서울 강남, 세종 등)에서만 소규모의 시험 운행을 하는 단계에 있다. 무인 운전 금지에 대한 규제가 여전하고 사회적 수용도가 낮아 자율주행 혁신경쟁에 장애가 되고 있다.
로보택시는 AI 기술을 적용한 혁신의 상징이자 산업구조 재편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총생산의 12%를 차지하고 직접 고용인력 33만명을 포함해 약 150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력산업이다. 규제개혁과 사회적 수용성 미비로 신산업 혁신경쟁에 뒤처지면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 이미 ICT 혁신경쟁에서 낙오된 일본과 유럽의 사례는 혁신 격차가 경제성장에 치명적임을 제시한다.
로보택시로의 전환에는 자율주행 핵심기술 확보부터 서비스 관련 기술이 통합된 기술플랫폼과 고용, 제도, 규제, 도시인프라 설계까지 통합된 혁신체계가 필요하다. 즉, 기술개발, 규제개혁, 사회적 수용성, 산업구조 전환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패키지 접근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체계로는 통합된 관리가 어렵다.
현재 과학기술혁신체계는 기술개발에서 개발 기술의 사업화 이전을 주로 다룬다. 또한 기술 개발이 여러 부처에 분산관리돼 조정이 어렵다. 자율주행기술개발 관리도 산업부, 과기부, 국토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더구나 관련 규제개혁, 제도 구축, 고용 등은 기술개발체계와는 별도로 다루어진다.
AI 시대의 혁신 특징은 발전 속도가 빠르고 파괴적이다. 단순 기술혁신이 아닌 산업재편, 경제사회시스템 전환까지 유발한다. 지금의 과학기술혁신 관리체계로는 AI 시대의 기술개발과 혁신의 속성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기술개발에서 산업구조 개편,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편, 사회시스템 개혁의 연결성을 고려한 통합적 혁신정책체계의 구축과 이를 이끌어갈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부총리제 도입이 아니라 과학기술정책과 AI 혁신정책과의 연계를 위한 새로운 혁신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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