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한화오션(042660)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딥테크 스타트업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오픈이노베이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조선, 반도체, 플랜트 등 핵심 제조업 분야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경남 창원에서 28일 열린 ‘글로벌 융복합 스타트업 페스티벌(GSAT) 2025’에서는 대기업 산하 제조업 계열사들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기술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며 산업 혁신을 모색하는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GSAT 2025는 경남 최대 창업 행사로, 올해로 2회째다. 단순히 스타트업들의 전시·홍보를 위한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와 협력, 글로벌 진출 기회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GSAT 2025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오피스아워’를 통해 실질적인 협업 기회를 타진하는 만남도 성사됐다. 디캠프 오피스아워는 2013년 첫선을 보인 스타트업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업 경영에 대한 각종 교육과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사업적 연결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디캠프는 지난 4월부터 5월 12일까지 약 한 달간 스타트업들의 지원을 받았고,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선정된 리옵스(로봇 AI)·인텔리시스(제조 AI)·앰버로드(제조 AI)·평행공간(3D 그래픽)·틸다(제조 AI)·리빗(기후테크) 등 스타트업 40곳은 이날 여러 대기업과의 만남을 가졌다. 참여 대기업으로는 삼성전자·한화오션·HD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한국남동발전·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이 이름을 올렸다. 행사에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들이 가진 로봇, AI, 친환경 관련 신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스타트업들은 평소 만나보기 어려웠던 여러 대기업 담당자를 한 자리에서 만나 기술 협력은 물론 투자 유치 등 다각적인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서 스타트업과 가장 적극적인 협업을 모색한 곳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주로 AI와 로봇, 콘텐츠 등의 분야 기술에 관심이 높았다. 이에 로봇 부품사 '브이에이엠'과 콘텐츠 저작권 솔루션 '뮤즈블라썸' 등 5곳의 스타트업과 협업을 논의했다.
삼성중공업은 생산 효율화와 자율 항해·운송 분야 기술에 주목한 리옵스, 인텔리시스, 앰버로드 등과 미팅을 진행했다. 이날 미팅에 앞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의 제조 공정은 물론 다양한 업무를 혁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미래 제조업은 AI와 각종 3D 기술이 접목돼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미팅을 한 이후 기자와 만난 박은영 인텔리시스 대표는 "우리는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해 정리하고 재설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이 제조 AI 솔루션을 삼성중공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과의 기술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유망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신사업 기반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4년 동안 매년 5곳 이상의 스타트업과 협력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날 디캠프 오피스아워에서는 친환경 기술과 AI 및 빅데이터 등의 분야 기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틸다와 엠유트론 등의 스타트업과 협력을 모색했다.
김대락 두산에너빌리티 동반성장팀 수석은 "AI와 로봇 등 미래 신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디캠프는 이날 GSAT 2025에서 열린 디캠프 오피스아워를 계기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해 주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새롬 디캠프 리소스팀장은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기업들과 협력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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