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은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각오를 밝혔다.
조 대행은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부터 두산 선수단을 이끈다.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2일 자진 사퇴한 두산은 이날 경기부터 조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조 대행은 경기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이승엽 감독님이 큰 책임을 지셨는데 그 책임을 저희 코치들도 같이 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뭔가 정상화할 일이 있으면 그것을 하는 것도 우리 책임이라고 판단해 다른 의미의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용기를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대행은 이날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 주전 선수들을 2군으로 내리고 이날 선발 투수인 곽빈을 비롯해 김민혁, 김동준, 이선우를 1군에 불렀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이승엽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 잊지 않고 남은 시즌 잘 치르자고 얘기했다”며 “선수단 엔트리 조정은 주전으로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제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행은 “그 선수들이 준비됐다고 판단되면 다시 1군에서 뛸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제가 눈으로 확인하든지, 2군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듣고 판단하겠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승엽 전 감독이 2023시즌을 앞두고 두산 사령탑에 취임하며 3년 내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조 대행은 “냉정하게 봤을 때 올해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지금 선뜻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조만간 팬들도 포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선수단 분위기부터 다잡겠다고 답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야구장에서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허슬두’(두산의 애칭)의 의미를 모르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두산 코치를 지냈고 이후 잠시 한화 이글스로 옮겼다가 2023시즌부터 다시 두산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조 대행은 “‘허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며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끈끈해야 하고 우리가 하나가 돼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이라는 뜻인데 10개 구단 별명 가운데 ‘허슬두’만큼 좋은 의미가 없지 않으냐”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전 감독과는 3일 오전에 통화했다고도 소개했다. 조 대행은 “오늘 아침에 전화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며 “감독님도 두산에 계시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기셔서 팀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실수하는 것은 좋은데 망설이다가 실수하지 말고 과감하게 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며 “또 고참 선수들에게 야구장에서 인상 쓰지 말라고도 얘기했다. 우리 팀이 투수진은 나름대로 안정돼있지만 타격이 도와주지 못하는 형국인데 어찌 됐든 지금 패기로 밀어붙여 보겠다”고 첫 경기를 앞둔 심경을 내비쳤다.
이날 두산은 정수빈(중견수)-김대한(좌익수)-제이크 케이브(우익수)-김재환(지명타자)-김기연(포수)-임종성(3루수)-김민혁(1루수)-김준상(2루수)-박준순(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조 대행은 “양의지가 허리가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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