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039130)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에 이미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나섰습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황에서도 투자와 혁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성장 궤도에 올라선 것은 그 당시의 판단과 실행 덕분입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5년 전 취임하자마자 전례 없는 위기와 마주했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여행 산업이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 살아남는 법이다. 송 대표는 “그 시기는 단순히 버틴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나투어는 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방향을 바꿨다. 기존의 전형적인 패키지 상품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의 취향·라이프스타일·목적에 따라 여행을 설계하고 추천하는 ‘여행테크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패키지, 항공, 호텔, 현지 투어까지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사적으로 디지털 체질을 강화했다.
송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하나투어는 그 시기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였고 호텔·면세점 등 비여행 부문 자회사를 정리했다. 대신 핵심 사업인 여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하나투어는 당시 호텔·면세점·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고 있었지만 팬데믹은 본질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며 “지금은 아웃바운드·인바운드·글로벌바운드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투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여행사 및 플랫폼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송 대표는 “단순히 국내 고객을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외국 고객을 한국으로 유치하고 제3국 간 여행까지 기획·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영업이익(509억 원)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는 ‘하나팩 2.0’이 있다. 하나팩 2.0은 기존의 정형화된 패키지를 탈피해 유연한 일정 구성과 고급 콘텐츠를 결합한 중고가 전략 상품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단가를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장거리 지역 중심의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거래액 기준 중고가 패키지 비중은 46%, 유럽·미주 등에서는 60%에 달한다.
송 대표는 “단순히 고급화했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객의 여행 기대 수준이 높아졌고 우리는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품 큐레이션, 차별화된 항공 및 호텔 라인업, 일정 중 선택 활동의 폭을 넓히는 유연성 등도 2.0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존 패키지의 불편함은 줄이고 자유여행의 자유로움을 더한 포맷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나투어는 현재 ‘하나팩 3.0’을 준비 중이다. 하나팩 3.0은 고객의 여행 목적과 동반자·테마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구성된다. 동일한 장소를 가더라도 첫 번째 여행, 두 번째 여행의 이유가 달라지는 만큼 매번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송 대표는 “과거의 여행은 ‘어디로’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왜’와 ‘누구와’가 중심”이라며 “하나팩 3.0은 이런 변화된 니즈에 맞춘 진화된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나투어는 ‘고객 데이터’와 ‘여정의 맥락’을 분석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행을 일회성 소비가 아닌 고객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하나팩 3.0은 테마 중심의 여행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와인·미술·스포츠·건강·친환경 등 고객의 관심사에 따라 동일한 도시도 다르게 재해석되는 구조다. 이 같은 시도는 같은 여행지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향상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니즈에도 효과적으로 부합한다.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초고가 여행 시장 역시 하나투어의 전략적 투자 대상이다. 하나투어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우스(Zeus)’는 단순히 비싼 상품이 아닌 ‘한정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LPGA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를 VIP 좌석에서 관람하고 대회가 열린 코스에서 직접 라운드를 즐기는 패키지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 북유럽 오로라 체험 등 문화·취향 중심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송 대표는 “프리미엄 여행은 ‘가격’이 아닌 ‘경험’의 문제”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투어는 2023년 글로벌 고급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Virtuoso)’에 가입해 세계적 하이엔드 여행 생태계에 진입했다. 버츄오소는 전 세계 54개국, 1200여 개의 여행사와 2만 명 이상의 여행 어드바이저를 회원으로 둔 럭셔리 관광 네트워크다. 특히 2300개 이상의 호텔·리조트·크루즈사·항공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미주·중동 등 전 세계 고소득 고객층을 대상으로 특화 상품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나투어는 젊은 여행객을 위한 전용 브랜드 ‘밍글링 투어’를 통해 2030세대 또한 공략하고 있다. 이 세대는 대체로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여행 콘텐츠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혼자 혹은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소통하며 여정을 즐기고 싶어 한다. 밍글링 투어는 인기 인플루언서나 전문 크리에이터가 동행하며 고객은 여행 전부터 일정과 콘텐츠에 대해 소통할 수 있다. 몽골에서 별을 보며 캠핑하거나 보홀에서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기존 패키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독특한 콘텐츠로 구성된다.
송 대표는 “2030 고객은 여행을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여긴다”며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취향이 반영되고 감성이 담긴 콘텐츠를 원하는데 우리는 그걸 제대로 제공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밍글링 투어 상품들은 대부분 출시 직후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야놀자(놀유니버스), 여기어때 등 온라인여행플랫폼(OTA)들까지 패키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송 대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놀유니버스에서는 인터파크트리플이 패키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하나투어만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OTA는 자유여행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며 “패키지는 현지 네트워크, 전문인력, 기획력 없이는 제공할 수 없는 복합 콘텐츠로 하나투어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여행의 전 과정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인터파크트리플은 일본과 중국 패키지 사업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경기 둔화와 지난해 말 항공 사고 문제로 올해 여행 시장 전체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여파로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송출객 수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중고가 패키지의 비중은 47%로 전년(43%) 대비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 대표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중고가 전략, 밍글링 투어, 하이엔드 상품을 통해 시장의 핵심 수요를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여행 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하는 게 하나투어의 목표다. 태국인이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을 한국 여행사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이를 위해 하나투어 재팬 등 자사 해외 법인은 물론 글로벌 유망 여행 스타트업과의 제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지 로컬 콘텐츠 개발, 다국어 예약 시스템, 글로벌 결제 솔루션을 중심으로 보완 중이다. 송 대표는 “앞으로는 콘텐츠를 잘 기획하는 회사가 글로벌 여행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동남아 지역 파트너들과 적극 협력해 글로벌 바운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