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00ml짜리 맥주 두 캔을 마시는 행위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의 식도암 발병 위험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술이 약한 사람은 맥주를 매일 두세 모금만 마셔도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일본 지지통신과 요미우리신문 온라인판에 따르면 일본 게이오대와 교토대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40~94세 222명의 입 안에서 점막을 채취해 유전자 변이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나이와 음주량 등이 식도암을 어떻게 유발하는지를 연구했다.
일본에서는 매년 약 1만 명이 식도암으로 숨진다. 식도암은 식도의 점막과 점막하층, 근육층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흡연 및 음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주와 흡연이 원인이 돼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세포가 축적되면 발병 위험을 높이게 되는데, 주로 고령층에 발병이 집중된다.
연구 결과 알코올에 약하지 않은 사람이 매일 맥주를 1L씩 마실 경우 사람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식도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술이 약한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유전자 변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맥주 한 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매일 맥주를 60ml만 마셔도 동일한 발병 위험에 노출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가키우치 노부유키 교토대 교수는 "술에 약한 사람이 맥주를 매일 600ml 마시는 것은 나이를 10살 더 먹는 것과 같다"면서 술을 무리해서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기준 식도암 환자는 한 해 동안 3,044건 확인됐다. 이는 전체 암 발병 건수 중 1.1%를 차지한다. 식도암은 주로 50대 이후에서 발생하며 여성보다 남성이 약 7~10배 더 많이 발생한다.
식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3.2%로 전체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진단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가 까다롭다.
식도암을 예방하려면 지속적인 흡연과 음주, 식습관, 장기적인 위·식도 역류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술과 담배를 줄이고 균형잡힌 식생활을 하며 탄 음식이나 가공된 햄, 소시지 등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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