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나이스신용평가가 종합석유화학 전문 업체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내려 잡았다고 17일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수급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이날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두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아로마틱 제품 수급 상황이 비우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가 하락으로 가솔린 블렌딩(연료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가솔린을 혼합하는 과정) 목적의 아로마틱 제품의 수요가 둔화되고 역내 PX 공급이 증가하며 스프레드(마진)이 크게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김서연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PX 마진 급락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양사의 분기별 적자 폭이 점자 확대되는 추세”라며 “올 1분기에는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 모두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달 들어 유가와 정제 마진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추세 전환까지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급 환경의 구조적 개선이 아닌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충격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익 창출력의 추세적 회복 가능성에는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재무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양사의 차입금 상환 능력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87.4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자산 매각 및 투자 효율화 등 자구책을 병행하고 있으나 낮아진 이익 창출력과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회복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된다. 김 수석연구원은 “업황 부진 장기화 추세를 감안 시 영업현금창출력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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